“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요. 앞으로 그 브랜드들은 피해서 구매하려고요.”
가입자 70만여 명을 자랑하는 한 명품 정보 공유 카페에선 최근 LVMH 소속 브랜드를 묻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온다. 최근 LVMH 소속 프랑스 브랜드인 디올의 385만원짜리 가방 원가가 8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누리꾼들은 “LVMH 리스트를 만들자”며 불매 운동을 예고 있다.
또 다른 명품 관련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디올·루이비통·셀린느·불가리·티파니 등 이 회사의 75개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면서 “모두 보이콧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동참하겠다” “리스트를 저장해놓고 명품 구매시 참고하겠다” 등 댓글이 달렸다.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34쪽짜리 법원 결정문을 보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이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장에서 이민자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방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공장은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불법 체류자를 주로 고용했는데 전기 사용량으로 추정해보니 공장은 24시간 휴일도 없이 풀가동됐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의 안전장치는 제거된 상태였다. 업체는 가방 한 개에 53유로(약 8만원)를 받고 디올에 넘겼는데 이 가방의 매장가는 2600유로(약 385만원)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원가도 문제지만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더 문제”라며 성토했다. 해당 글의 댓글에서는 또다른 누리꾼들이 “그냥 탄압이 아니라 노동자를 불법으로 착취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올 4월에는 아르마니 가방 하청업체가 불법 체류 중국인들을 시간당 2∼3유로에 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개당 출고가는 14만원이었는데 판매가는 267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로로피아나는 모피 코트나 스웨터 제작 과정에서 페루 원주민들을 착취했다는 의혹이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노동력 착취에 대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명품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뉴스를 접하고 디올 제품을 환불 조치했다는 한 명품 소비자는 “매장이 한산하더라”며 “셀러가 ‘뉴스보고 환불하는거냐’라고 묻더라. 당분간 디올은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명품 소비자인 박모씨(36)도 “원가의 몇 배의 가격을 주고 명품을 사는 건 그만큼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인데, 비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지는 않다”며 “LVMH 측에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 전까진 관련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Z세대가 명품 주요 소비층으로 진입하면서 윤리적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화할 수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가치관에 맞는 제품에만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소셜미디어 발달로 보이콧을 다수에게 독려하는 경향도 있다. 2023년 유럽 럭셔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쇼핑객의 약 77%가 지속 가능한 명품 제품 구매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 중 51%는 지속 가능성 원칙에 따라 생산하거나 배송하는 품목에 대해 최대 10%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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