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에 걸렸나…'LA 빌딩'에 물린 대한항공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06-18 11:17   수정 2024-06-19 08:25

이 기사는 06월 18일 11: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속설이 있다. 초고층 건물을 건설한 국가는 경제위기를 맞는다는 가설이다.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높이 381m)이 완공된 1931년 대공황이 찾아왔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452m)가 준공된 1997년엔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한항공도 '마천루의 저주'에 걸려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고층 빌딩인 '윌셔그랜드센터(사진)'를 준공했다. 이 빌딩은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대한항공 곳간을 갉아 먹는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5일 미국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HIC)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511억원을 출자한다. HIC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4억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HIC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초고층빌딩인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1989년 힐튼으로부터 월셔그랜드호텔을 인수했다. 2012년 윌셔그랜드호텔 재건축을 결정하고, 2017년 최첨단 호텔·오피스 빌딩인 '윌셔그랜드센터'를 완공했다. 공사비로만 1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윌셔그랜드센터는 73층 건물(335m)이다. LA의 랜드마크로서 빌딩 꼭대기에는 대한항공 로고가 부착됐다. 이 건물은 현지 한인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부여한 상징적 존재다.

하지만 이 빌딩은 대한항공 골칫덩이로 전락해버렸다. 2020년 코로나19로 이 회사 호텔과 오피스 수요가 말라붙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1조원 넘게 투자한 이 회사의 장부가치는 2022년 말 '0'원이 됐다. 대한항공은 회사 사정이 나빠진 2020년에 이 빌딩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랴부랴 이 회사에 9507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HIC는 지난해에도 -104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운영자금이 말라붙자 대한항공이 재차 이달에 5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공사대금과 지난해와 올해 출자대금으로만 HIC에 2조6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대한항공이 2022~2023년에 벌어들인 순이익(2조858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항공업으로 번 돈이 윌셔그랜드센터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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