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행정통합 논의 본격화

입력 2024-06-17 17:58   수정 2024-06-18 14:36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다시 행정통합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앞서 두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울산을 포함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규약안을 만들며 영남을 ‘초거대 광역권’으로 통합하려다 ‘자체 폐기’한 적이 있다. 특별법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역 여론을 되살릴 비전이 없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논의했다. 두 단체장은 오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안에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는 그동안 논의해오던 행정통합에서 크게 나아간 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지역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지역 통합에 관한 주민 설명회와 여론 수렴을 거쳤다. 여론조사 결과 부산과 경남에서 통합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2.8%, 48.5%로 찬성률보다 5%포인트, 15%포인트가량 높았다.

부정적 의견이 많자 부산시가 “홍보를 강화한 뒤 조율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건 지난해 7월이다. 이후 행정통합과 관련해 시민이 체감할 만한 홍보활동이나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최근 만나 행정통합 비전을 제시해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남 정가의 해묵은 화두인 부울경 행정통합은 단체장 속내에 따라 정치적 ‘핑퐁 게임’을 거쳤다. 2021년 박 시장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추진했다. 이후 2022년 행정안전부에서 규약안을 승인받아 전국 최초의 특별연합 자치단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은 경남지사와 울산시장이 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 부산시가 당시 울산과 경남의 반대 여론을 헤쳐 나갈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그 후 울산시는 2022년 8월 ‘해오름 동맹’을 결성해 경북 경주시, 포항시와 관계 강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급히 박 시장과 박 지사가 만난 것은 박 시장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급진전되자 다시금 ‘꺼진 불씨’를 되살리려 한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 지자체를 ‘한국의 제2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우자 지역 주도권이 대구·경북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 지역에선 행정통합과 관련해 시민이 체감할 만한 홍보활동이나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이날 두 단체장 간 만남이 전격 이뤄진 데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부울경 특별연합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부산시가 경남, 울산의 ‘지역 정서 자극’을 우려해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등 논의에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한 게 문제”라며 “지역민 여론이 중요한 사안이라 2년 동안 시간을 끌며 차갑게 식어버린 아젠다를 어떻게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민건태/창원=김해연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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