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약이 의사 1000여 명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이나 금품을 받은 의사를 개인별로 확인하고 제약업계의 ‘구조적 문제도 들여다보겠다’며 리베이트 수사 확대를 시사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에 대해 “현금을 직접 받은 의사, 가전제품 등 물품으로 받은 의사, 골프와 관련한 리베이트 정황 등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소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조사 대상자만 1000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고려제약 리베이트 수사는 공익제보를 받은 국가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화했다. 경찰은 고려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이 최근 3~4년간 의사들에게 자사 약을 쓰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은 지난 4월 29일 서울 도곡동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의사 14명과 제약회사 관계자 8명을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고려제약 외 다른 제약사로 리베이트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조 청장은 “(수사 도중)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며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리베이트 수사와 최근의 의료대란은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정창은 1000여 명의 ‘확인 대상’ 의사에 이른바 ‘빅5’ 대형병원 의사가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전국에 다양하게 (소속 병원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경찰 내 다양한 경로에서 리베이트 관련 첩보 수집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중순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을 중소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해 무혐의 처분했지만, 서울경찰청 지휘를 받고 다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찰청 범죄정보과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이 의약 리베이트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시온/김대훈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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