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 쏟아지는 '마의 코스'…12번홀 넘어야 포천퀸 오른다

입력 2024-06-17 18:46   수정 2024-06-18 00:18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는 12번홀(파4)과 13번홀(파5)이 ‘마의 구간’으로 떠올랐다. 12번홀에서 3라운드 내내 버디는 단 13개 나왔는데 보기는 77개, 더블보기는 9개 쏟아졌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이어지는 13번홀 역시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 홀에서는 버디가 34개 나왔는데 보기는 44개, 더블보기 이상은 12개 기록됐다. 두 홀은 지난 대회 가장 어려운 홀 1·2위에 나란히 오르며 이 대회의 ‘승부처’로 자리 잡았다.
최악의 난도 12·13번홀을 넘어라
오는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4억원)은 올 시즌 상반기 최고 상금을 걸고 ‘메이저보다 더 큰 대회’로 변신했다. KLPGA투어 톱랭커가 총출동하는 이 대회에서 ‘행운의 언덕’의 주인공이 되려면 12·13번을 잘 이겨내는 것이 최고의 과제다.

올해로 6년째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열리는 포천힐스CC에서 12번홀은 전통적으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처음 이곳에서 대회가 열린 2019년 이후 2022년 대회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이 홀은 매해 난도 1위 홀로 기록됐다. 지난해 이 홀의 사흘 평균 타수는 4.255타. 파만 기록해도 선방했다는 뜻이다.


400야드로 쭉 뻗은 이 홀은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왼쪽에는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러프 공간이 많지 않아 샷이 조금만 감겨도 공이 내리막을 타고 물속으로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밀리면 긴 풀에 공이 잠긴다.

페어웨이 폭은 고작 15m. 그렇다고 우드를 잡을 수도 없다. 400야드로 전장이 긴 데다 그린이 땅에서부터 사람 키만큼 높이 있다. 일단 멀리 때려놓고 세컨드 샷을 아이언으로 공략해야 그린에 공을 세울 기회가 생긴다.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도 그린에 공을 세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 그린이 높은 경사면에 자리 잡은 데다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2021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4승을 올린 임진희(26)도 지난해 이 홀에서 타수를 잃었다.

12번홀을 지나면 13번홀이 골퍼들을 시험한다. 총전장 560야드(512m), 지난 대회에서는 3라운드 평균 5.14타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 됐다. 역시 홀 왼쪽으로 커다란 워터해저드가 자리 잡았고 핀에서 260야드 지점에는 자갈길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른다. 무조건 장타로 지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KLPGA투어 대표 장타자 방신실(20)이 지난해 1라운드에서 이 홀의 희생자가 됐다. 방신실의 티샷은 왼쪽으로 살짝 감겨 해저드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드롭한 공으로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며 보기를 기록했다.
8·18번홀 이글쇼 펼쳐질까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의 홀’도 있다. 전장이 짧은 8번홀(파4·296야드)과 18번홀(파5·536야드)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의 도전적인 플레이를 끌어내기 위해 우승자가 가려지는 최종 라운드에서 8번홀과 18번홀의 티잉 에어리어를 바짝 앞으로 당겨 각각 243야드, 487야드로 조정한다. 8번홀에서는 원 온, 18번홀에서는 투 온이 가능하도록 조정해 경기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렇다고 마냥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8번홀에서는 이글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18번홀과 함께 ‘보어 트랩’으로 불리는 16번홀(파3), 17번홀(파4)도 요주의 구간이다. 보어 트랩은 멧돼지의 함정이라는 뜻으로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때 세 개 홀이 멧돼지의 눈과 어금니 형상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16번홀은 그린 앞과 우측이 깊게 파여 미스 샷에 확실한 페널티를 준다. 17번홀은 페어웨이 좌측에 길게 뻗어 있는 벙커와 울퉁불퉁한 그린이 위협적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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