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차 단독 선두가 된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는 같은 홀 비슷한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USA’를 연호하는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그는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였고, 침착하게 파퍼트를 성공한 뒤 마치 ‘헐크’처럼 포효했다.
디섐보는 이날 열린 제124회 US오픈 골프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디섐보는 매킬로이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메이저 대회 역대 최고액인 430만달러(약 60억원)다.
헐크의 귀환이다. 디섐보는 한때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몸무게를 110㎏까지 불렸다. 350야드 안팎의 장타를 앞세워 4년 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붙은 별명이 헐크다. 그러나 무리하게 몸을 불린 탓에 각종 부상에 시달린 그는 장타 욕심을 버린 뒤 현재는 벌크업 전 몸무게인 90㎏으로 돌아왔다. 날씬한 헐크가 된 그는 4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복귀하며 메이저 2승 포함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9승을 올렸다. 2022년 LIV골프로 이적한 디섐보는 지난해 PGA챔피언십의 브룩스 켑카(미국)에 이어 LIV골프 소속 선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디섐보는 13번홀(파4)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해 매킬로이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15번홀(파3)에서는 1.3m의 짧은 파퍼트를 놓쳐 매킬로이에게 1타 차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매킬로이가 16번(파4)과 18번홀에서 연달아 짧은 거리 퍼트를 놓치며 디섐보에게 기회가 왔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한 디섐보는 “경기 도중 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역전패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매킬로이가 퍼트 실수를 하는 행운도 따랐다”고 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주형(22)이 공동 26위(6오버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주형은 대회 직후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26위를 차지해 27위 안병훈(33)과 함께 2024 파리올림픽 남자골프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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