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행정통합 논의 본격화

입력 2024-06-17 19:24   수정 2024-06-18 14:37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두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앞서 울산을 포함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규약안을 만들어 영남지역을 ‘초거대 광역권’으로 통합하려다가 자체 폐기한 적이 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제2의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앞세워 행정통합 추진 속도를 올리자 다시 통합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논의했다. 두 단체장은 오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여론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는 그동안 논의한 행정통합에서 크게 나아간 점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지역은 지난해만 해도 세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 여론조사 결과 부산과 경남의 반대 응답은 각각 42.8%, 48.5%로 찬성 응답보다 각각 5%포인트, 15%포인트가량 높았다. 지난해 7월 부정 의견이 많자 ‘홍보를 강화한 뒤 조율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남 정가의 해묵은 화두인 부울경 행정통합은 단체장들 속내에 따라 정치적 ‘핑퐁 게임’을 거쳤다. 2021년 박 시장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추진했지만, 경남지사와 울산시장이 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후 울산시는 2022년 8월 ‘해오름 동맹’을 결성해 경북 경주시, 포항시와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

박 시장이 박 지사와 다시금 행정통합 논의에 응한 건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급진전되자 ‘꺼진 불씨’를 되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에선 행정통합과 관련해 시민이 체감할 만한 홍보 활동이나 뚜렷한 비전 없이 이날 두 단체장의 만남이 전격 이뤄진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 2년 동안 시간을 끌며 차갑게 식어버린 아젠다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민건태/창원=김해연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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