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논의했다. 두 단체장은 오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여론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는 그동안 논의한 행정통합에서 크게 나아간 점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지역은 지난해만 해도 세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 여론조사 결과 부산과 경남의 반대 응답은 각각 42.8%, 48.5%로 찬성 응답보다 각각 5%포인트, 15%포인트가량 높았다. 지난해 7월 부정 의견이 많자 ‘홍보를 강화한 뒤 조율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남 정가의 해묵은 화두인 부울경 행정통합은 단체장들 속내에 따라 정치적 ‘핑퐁 게임’을 거쳤다. 2021년 박 시장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추진했지만, 경남지사와 울산시장이 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후 울산시는 2022년 8월 ‘해오름 동맹’을 결성해 경북 경주시, 포항시와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
박 시장이 박 지사와 다시금 행정통합 논의에 응한 건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급진전되자 ‘꺼진 불씨’를 되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에선 행정통합과 관련해 시민이 체감할 만한 홍보 활동이나 뚜렷한 비전 없이 이날 두 단체장의 만남이 전격 이뤄진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 2년 동안 시간을 끌며 차갑게 식어버린 아젠다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민건태/창원=김해연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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