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미공개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을 넘어 이뤄진 투자의 3분의 1 가까이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이전까지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평균 18% 수준이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등 일부 국가의 탈달러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통해 제공한 대규모 인센티브도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에 기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삼성전자를 꼽으며 “총 4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어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한창이다.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이 일제히 미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2년부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려 채권 등 금융 투자 자금도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과거엔 중국에 빠르게 자본 투자가 이뤄졌지만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이후엔 투자금 유입이 크게 줄었다. 각국의 대외투자(크로스보더 투자) 총액 중 대(對)중국 투자 비중은 2019년까지 10년간 7%대를 기록했지만 2021~2023년엔 절반 이하인 3%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중국으로의 FDI가 지난 4월까지 4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이자율 차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외화 매수가 2016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금융 자본도 빠르게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으로 향한 FDI 규모 역시 지난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5%로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미국에 대한 투자 리스크도 점점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적자가 급증하면서 미 국채의 신뢰성과 금융시장 안정이 흔들릴 수 있고,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규제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서치 기업 TS롬바드의 그레이스 팬 이사는 “차기 행정부에서도 규제 일관성과 명확성이 유지되고 법치주의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탈달러 흐름이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위해 필수”라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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