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00억 금진 키운 한경협 '경영 특공대'

입력 2024-06-17 18:12   수정 2024-06-18 00:45


LG화학에서 충북 청주공장장을 지낸 김진현 ㈜금진 대표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명예퇴직 후 야심차게 벽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회사 설립 10년이 넘도록 적자가 이어졌다. 글로벌 기업을 꿈꿨지만 수출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활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김 대표는 2011년 ‘오아시스’를 만났다. 충청북도 경영자문상담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경협경영자문단과 인연을 맺었다. 대기업 출신 임원과 전문가 200여 명으로 구성된 한경협경영자문단은 10여 년간 금진의 자문을 맡아 애로 사항을 하나씩 해소했다. 그 결과 금진은 지난해 매출 313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린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인도에 2만9000만달러어치 제품을 수출하며 수출 기업의 꿈도 이뤘다.
대기업 노하우로 기사회생
17일 류진 한경협 회장과 자문단 관계자들이 청주에 있는 금진 본사를 방문했다. ‘경영 멘토링’의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류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내년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수출 지역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으로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둘러본 류 회장은 “우리 회사(풍산)도 이렇게 시작했다”며 “옛날에 공장에서 숙식하며 선친을 도운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류 회장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큰 회사는 외부에서 자문받을 수 있지만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궁금한 게 있어도 도움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며 “한경협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이 중소기업을 찾은 것은 지난해 한경협 회장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오늘의 중소기업은 내일의 대기업”이라며 경영 멘토링을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K기업가정신의 ‘힘’
한경협경영자문단은 한경협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동반 성장을 위해 2004년 시작한 중소기업 컨설팅 프로그램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출신 200여 명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20년간 1만4727개 중소기업에 자문을 제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활동을 재개했다.

자문단이 지원하는 컨설팅은 실제 업무에 특화됐다는 점이 차별 포인트다. 자문단이 금진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손댄 분야는 수율 개선이다. 라인별 오염 물질을 제거해 불량률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했다. 공장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공정 흐름을 개선하니 품질이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수주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금진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자문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2016년께 회사가 커지고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자 자문을 통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자문단은 조직을 생산, 판매, 관리 세 부문으로 세분화하고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 제도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돈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통제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때 역시 도움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해외사업부 기획실 출신인 이원순 자문위원은 영문 제안서 작성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수출의 기초를 밤낮으로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청주=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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