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년 만에 日서 돌아왔는데…감쪽같이 사라진 신윤복 그림

입력 2024-06-17 07:43   수정 2024-06-17 07:48



197년 동안 일본에 있다가 국내로 돌아와 화제가 됐던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를 소장하고 있던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그림이 사라졌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해당 그림은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고는 심복으로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그림으로, 우측 상단에는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는 묵서가 있다. 섬세한 인물과 교자상의 표현과 함께 화사한 채색으로 전래 실경 풍속화의 기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이다.

신윤복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 화가다. 이 그림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단에는 '귀신같은 군사들도 마침내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 무슨 분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분의 도덕이 매우 높음을 알겠다'라는 화제가 있다. 이는 조선조 순조 대인 1811년 조선통신사의 사자관(寫字官)인 피종정(皮宗鼎)이 행서체로 작성한 것으로 칠종칠금 고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그림과 관련해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그림으로, 2008년에 개인이 일본의 수집가에게 구입해 일본에서 국내로 197년 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2010년 숙명여대 박물관에 전시되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고,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박물관은 당시 "신윤복의 외가 친척이었던 피종정이 신윤복에게 부탁해서 그린 뒤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 중 하나로 소개했다.

그림을 소장해 왔던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작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에 신고하면서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왔으나,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지만, 소재를 확인하지 못했고 최근 종로구청을 통해 도난 신고를 내면서 국가유산청은 누리집의 '도난 국가유산 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고했다. 국가유산청 측은 고미술 업계와 주요 거래 시장을 확인하는 한편, 제보를 통해 그림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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