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경면 낙천리에 있는 아홉굿마을. 대장간에서 쓰는 흙을 채취하던 아홉 곳이 굿(샘)이 됐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을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목조 의자조형물과 1000개의 의자가 있어 낙천리 의자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아홉굿마을은 숲과 물, 잣길과 같은 자연환경에 각종 체험공간이 어우러져 남녀노소가 휴가를 보내기 좋은 곳이다. 잣은 자갈을 마치 성벽처럼 쌓아놓은 것을 말한다. 이 잣이나 잣담 위로 낸 길이 잣길이다. 화산폭발에 의해 흘러내린 돌무더기를 농토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잣길이 만들어져 이 마을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이름인 아홉굿을 ‘9개의 좋은(good) 것들이 있어 즐거운 마을’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아홉굿마을은 농촌전통테마마을과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잣길이 자랑인 마을답게 마을엔 낙천잣길전망대가 있다. 2021년에 막 개장한 전망대라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깔끔하게 잘 관리돼 더위에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이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하늘 아래 주변 오름의 풍경들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노을질 때 쯤 전망대에 오르면 디지털망원경을 통해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낭만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적절하다. 해가 다 져도 마을 곳곳에 조명이 설치돼 있어 야간 산책에도 무리가 없다.
낙천의자공원 안에도 잣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홉굿마을은 의자공원내 올레13코스를 연계해 제주 전통 잣길을 복원, 체험코스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잣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올레13코스의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이 나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의자공원 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는 의자에 잠깐 앉아 쉬었다 가거나 의자를 배경으로 모처럼 사진을 남겨도 좋다. 참고로 1000개의 의자엔 인터넷 공고를 통해 각각 닉네임이 붙여져 있다. 작은 의자가 서로 높낮이를 달리해 다른 방향으로 놓여져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로컬푸드체험과 마을 주변 경관을 활용한 그린힐링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마을의 즐길거리다. 아이들은 보리빵 만들기 체험이나 보리 수제비 만들기 체험을 하고 만든 음식을 직접 시식도 해볼 수 있다. 마을을 떠날 땐 마을에서 생산한 보리빵이나 감귤, 비트, 콜라비 등 특산물을 사 가면 좋다. 마을을 다 둘러본 뒤엔 저지현대미술관, 새오름, 방림원 등 주변 볼거리를 함께 둘러봄 직하다.
한편 아홉굿마을은 제주형 마을만들기 사업도 진행 중이다. 주민주도의 공동체 사업 실행 및 마을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제주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2023년부터 4년간 추진할 이 사업을 통해 마을은 야외공연장 시설을 확충하고, 잣길을 정비할 계획이다.
외부 컨설팅도 받아 지역자원과 사업을 어떻게 연계시킬지도 고민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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