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똘똘 뭉치는 비결은 바로…외신도 주목한 '계모임'

입력 2024-06-18 17:49   수정 2024-06-18 17:50


한 외신이 한국인들이 우정을 유지하는 비결로 '계모임'을 꼽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돈을 각출해 모으는 한국의 계모임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NYT는 계모임을 음가 그대로 'gyemoim'으로 적고, 이를 영어로는 '저축 그룹'(saving group)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휴가와 식사, 기타 사교 활동을 위해 저축하는 계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계모임을 하는 한국인들의 사례도 자세히 다뤘다. 전직 교사이자 주부인 김모(32)씨는 2014년 한 모임에서 만난 두 친구와 계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10년간 300만원 이상을 모았다. 지난해 가을엔 이 돈으로 다 같이 부산의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세 친구는 각자 업무와 가족 일로 바빴지만, 계모임 덕에 가까운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또 영어학원의 조교로 일하는 이모(35)씨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현재 고교 시절 친구들과 매달 5만원씩 내는 계모임을 한다. 이들은 모은 돈을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고기를 먹거나 치맥 모임을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그냥 놀려고 모였는데 모두 일을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그래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에서 계모임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의 문화를 꼽기도 했다. NYT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서울의 한 커피숍에 가서 가방, 노트북, 신용카드와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화장실에 가도 된다"며 "(돌아왔을 때) 그 물건이 다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NYT는 한국에는 계모임 관행에 맞춘 계좌 상품이 있다며 예금주가 친구들과 계좌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의 '모임 통장' 서비스도 소개했다.

신은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만약 자신이 오래 알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을 경우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이고, 자신은 지역사회에서 배척될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집단적 성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모임 문화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신 교수는 "이런 관행은 금융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마을에서 돈을 모으고, 물품을 구입하고, 수확물을 나누던 것에서 사람들이 우정을 굳건히 유지하고 공동체를 단결시키는 수단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NYT은 "한국 사회에서 계모임을 잘 작동하게 해 주는 문화적 전통이 서구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 (계모임과 같은) 공동 자금 운용은 (미국에선) 약간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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