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채시장 도약을 위한 빌드업 시작됐다

입력 2024-06-18 17:28   수정 2024-06-19 00:06

물은 99도가 될 때까지 외관상 별 변화가 없다가 100도가 되면 갑자기 끓는다. 이렇게 질적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티핑포인트라고 한다. 2024년은 우리 국채시장의 전환점, 즉 티핑포인트가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선 3년여 준비 끝에 개인만 투자할 수 있는 국채가 지난주 선보였다. 국채는 대표적인 안정형 상품이다. 투자위험도 6단계 분류표에서 위험도가 가장 낮은 6등급이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안전하기만 하지 수익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돼지저금통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에 정부가 설계해 판매하기 시작한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 보유 시 복리 및 가산금리 적용과 분리과세 혜택을 통해 수익성까지 잡을 수 있다. 이달 발행 물량은 10년 투자 시 세전 만기수익률이 44%, 20년물은 108%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달에만 총 4262억원 규모의 청약 신청이 접수됐고, 이를 바탕으로 2000억원의 개인투자용 국채가 일반 국민에게 배정됐다. 아울러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투자자를 금융회사에서 일반인으로 넓힘으로써 국채 발행 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외국인 투자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시장에 많이 들어올수록 국채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재정자금 조달비용이 감소한다. 나아가 민간의 금리 하락과 신용 공급 확대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 시장에 보다 쉽게 참가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해 비과세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도 없앴다. 이에 더해 이달 27일부터는 외국인이 국내 계좌 없이도 국채를 거래할 수 있도록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고, 다음달부터는 국내 외환거래 시간도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늘려 실시간 거래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한국 국채시장이 다양한 수요 기반을 갖춘 선진화된 금융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변화, 즉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과 외국인 국채 투자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이런 변화가 국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WGBI 편입은 한국이 채권 선진국으로 공인받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WGBI 추종 자금의 유입으로 재정 자금의 조달비용이 더욱 낮아지고, 우리 국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요 채권으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처럼 2024년 한국 채권시장은 축구로 치면 골로 가기 위한 빌드업 플레이가 본격화됐다. 국채시장의 성장판이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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