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세계 각국의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는 틈을 야당은 선거 승리에만 초점을 맞춘 ‘사이다’ 공약으로 파고든다. 이런 경제와 정치 간의 상호 작용을 폴리코노미(policonomy: politics+economy)라고 한다. 경제가 정치를 판가름하고, 정치는 다시 경제를 뒤흔드는 현상이다.
폴리코노미의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단기적·선심성 포퓰리즘과 국수주의·보호무역주의적 정책들이다. 세계 4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의 경우 각국의 선심성 재정공약으로 세계 부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인 315조달러(약 43경5330조원, 1분기 기준)로 불어났다.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지난해 세계 무역 규모는 1년 전보다 4.56%(유엔 무역개발회의 자료) 축소됐다.
최근 유럽 각국을 휩쓴 극우 정당들의 약진 역시 폴리코노미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선거 이후 좌우 정당 간 대립이 더욱 격해지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양 진영 모두 정책 리스크를 갖고 있어서다. 프랑스 좌파 연합인 NFP는 최저임금 10%대 인상과 보유세 도입·소득세 인상을, 극우 국민연합(RN)은 고속도로 국유화와 연금 개혁 폐지 등을 내걸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 기업인들 사이에선 “전염병과 콜레라 사이의 선택”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폴리코노미 관점에서 올해 최대 관심거리는 트럼프의 당선 여부다. 집권 시 전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기겠다는 그의 ‘엄포’는 GDP(국내총생산) 중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 우리에게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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