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법’은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법안이다. 국회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돼선 안 된다.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내야 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을 재발의하면서 밝힌 목표다. 로톡법은 변호사단체의 반대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혁신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패자부활전’을 노린다. 직역단체 반발과 여야 갈등에 밀려 지난 국회 때 폐기된 법안들이 빠르게 재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후방 지원으로 입법 성공률을 높일 방법을 고심 중이다.
법률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산업군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리걸테크 서비스의 기준이 모호해 국내 법률 스타트업들은 영역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로톡, 로앤굿 등 법률 플랫폼은 번번이 분쟁에 휘말렸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 서비스의 영역이 분명해지면서 지원 근거가 생기는 건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사업 영역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제도화의 딜레마’가 있다”며 “이 가르마를 잘 타는 게 진흥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톡법도 최근 재발의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가진 변호사 징계권을 법령으로 정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변협이 내규를 통해 광고 규정을 마련하고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데, 로톡 등 리걸테크 회사들은 변협이 징계권을 무기로 플랫폼을 옥죄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규제는 일부 풀되 약 배송은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조명희 전 의원이 약 배송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는데 약사단체가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스타트업 업계는 약 배송까지 함께 허용해야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국회엔 의사 출신 의원이 8명으로 역대 최다다. 대부분 초선으로 이 중 6명이 보건복지위원회에 포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사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비대면 진료 방향성 자체엔 동의하지만, 약 배송 규제는 약사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긴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28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국회 때 폐기된 법안 중 이번엔 꼭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을 물은 결과 16.8%가 AI 기본법을 꼽았다. AI 스타트업인 콕스웨이브의 김기정 대표는 “법과 제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스타트업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본법은 지난 국회 때 논의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이 마련됐지만 폐기됐다. 그사이에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도 별도의 AI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관심이 뜨거운 법안인 만큼 지원 근거와 이용자 보호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벤처업계는 정쟁이 심화하면서 혁신 법안들이 뒷전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임원은 “올해 내내 특검 정국이 이어지면서 혁신 기업은 찬밥 신세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벤처 협의체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국회에서 사장된 핵심 법안 중 재발의가 필요한 법안을 정리해 다음달 각 당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업계에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입법 제안 책자를 발간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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