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치솟는데…낡은 아파트서 고생할 이유 없네요"

입력 2024-06-18 18:18   수정 2024-06-26 15:56

“집이 낡아 하루는 거실 천장이 떨어지더라고요. 임신한 아내가 서럽게 우는데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죠.”

서울 마포구의 한 재건축 단지를 매입한 30대 회사원 A씨는 “이사 첫날 후회할 정도로 집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빨리 집을 옮겨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최근 준공한 지 10년가량 된 단지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재건축될 때까지 참아볼 생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까지 한 ‘썩파트’(낡은 아파트)인데 골칫덩이가 됐다”고 토로했다.

2030세대의 ‘몸테크’ 열풍이 한풀 꺾이고 있다. 몸테크란 말 그대로 몸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나 재개발 예정 주택을 매입해 직접 살면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부동산 시세 차익을 얻는 재테크 방식이다. 낡은 집에 사는 불편을 감내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몸테크는 주로 종잣돈이 부족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재테크 방식이다. 예컨대 서울 노원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상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37㎡의 최근 실거래가는 5억2300만원이다. 같은 지역의 포레나노원(2020년 준공) 전용 59㎡는 8억5000만~8억8000만원대, 전용 84㎡는 11억~12억원대다. 몸값이 가벼워 투자하기 좋다. 2030세대는 낮은 청약 가점 때문에 당첨 확률이 낮아 미리 입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인 셈이다.

최근 들어 공사비가 상승하고 재건축 분담금이 늘면서 몸테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의 분담금이 매매가(5억2300만원)와 비슷한 5억원으로 책정되자 ‘차라리 새 아파트를 사겠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최근엔 분담금이 7억원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도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3년 전보다 43% 올랐다.

가성비 좋은 입주 10년 내 준신축 아파트를 찾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대형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등에서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돼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재개발 빌라에서 몸테크 10년 만에 서울 흑석동의 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간 주부 B씨는 “안전요원과 커뮤니티 시설 직원의 응대를 받으니 매일 호텔에서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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