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수식할 때 쓰이던 표현들이다.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서민층의 삶은 어려워지고 고소득층만 배를 불린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실제 전 국민의 근로소득 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는 달랐다. 소득불평등도는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크게 낮아졌고, 불평등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였다.
하위 10%의 소득은 2002년 701만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1030만원) 1000만원을 돌파한 뒤 2022년 1164만원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은 3102만원에서 3620만원으로 16.7%, 상위 10% 소득은 7376만원에서 8880만원으로 2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10% 백분위수와 중위소득 간의 비율(P50/P10)이 4.4배에서 3.1배로 31.6% 하락했다.
반면 중위소득과 상위 10% 백분위수 비율(P90/P50)은 2.4배에서 2.5배로 소폭 올랐다. 각 계층의 소득은 건강보험과 근로소득세를 내는 25~54세 근로자 개인을 기준으로 파악한 것으로, 2020년 물가 기준의 실질소득으로 환산했다. 비정규직도 포함했다.
한종석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 10%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며 “빈곤에서 벗어나 중위소득에 가까워지는 경로가 잘 작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저소득층 소득 증가의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교육 격차 개선 등이 꼽히지만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명확한 원인은 분석하지 못해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표본조사 방식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시장소득 기준 10분위수 배율이 2013년 7.89배에서 2022년 9.24배로 높아진 것과 차이가 난다. 또 소득불평등도 개선이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성 근로자의 소득불평등도(P90/P10)는 2002년 11.9배에서 2022년 7.3배로 38.8% 하락했다. 남성은 같은 기간 9.1배에서 7.1배로 22.1% 낮아졌다. 25~34세, 35~44세, 45~54세 등 연령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10분위수 배율이 42.9% 뛰었고, 덴마크(27.1%)와 노르웨이(10.2%) 등도 크게 높아졌다. 독일(-2.5%)과 프랑스(-5.0%), 캐나다(-6.3%)는 10분위수 배율이 낮아져 불평등도가 개선됐지만 한국(-27.4%)에 비해 폭이 작았다. 다만 절대적 불평등도는 한국이 선진국 중 중위권에 해당했다.
신흥국들은 대체로 불평등이 개선됐지만 이는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해서라기보다 고소득층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아르헨티나는 10분위수 배율은 45.9% 하락했지만 중위소득과 상위 10% 백분위수 비율(P90/P50)은 32.8% 하락했다. 불평등은 개선됐지만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한 유형에 속한다. 소득 하위 10% 백분위수와 중위소득 간의 비율(P50/P10) 개선 폭은 한국(-31.6%)이 13개국 중 가장 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