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0%' 소득 증가율 가장 커…중위소득과 격차 빠르게 좁혀

입력 2024-06-18 18:17   수정 2024-06-19 01:15

‘헬(hell) 조선’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수식할 때 쓰이던 표현들이다.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서민층의 삶은 어려워지고 고소득층만 배를 불린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실제 전 국민의 근로소득 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는 달랐다. 소득불평등도는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크게 낮아졌고, 불평등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였다.

하위 10% 소득, 66% 증가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20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과 이동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년간 상·하위 10% 백분위수 비율인 10분위수 배율(P90/P10)로 평가한 소득불평등도가 27.4% 하락한 데는 하위 10% 소득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가장 컸던 게 큰 역할을 했다.

하위 10%의 소득은 2002년 701만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1030만원) 1000만원을 돌파한 뒤 2022년 1164만원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은 3102만원에서 3620만원으로 16.7%, 상위 10% 소득은 7376만원에서 8880만원으로 2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10% 백분위수와 중위소득 간의 비율(P50/P10)이 4.4배에서 3.1배로 31.6% 하락했다.

반면 중위소득과 상위 10% 백분위수 비율(P90/P50)은 2.4배에서 2.5배로 소폭 올랐다. 각 계층의 소득은 건강보험과 근로소득세를 내는 25~54세 근로자 개인을 기준으로 파악한 것으로, 2020년 물가 기준의 실질소득으로 환산했다. 비정규직도 포함했다.

한종석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 10%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며 “빈곤에서 벗어나 중위소득에 가까워지는 경로가 잘 작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저소득층 소득 증가의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교육 격차 개선 등이 꼽히지만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명확한 원인은 분석하지 못해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표본조사 방식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시장소득 기준 10분위수 배율이 2013년 7.89배에서 2022년 9.24배로 높아진 것과 차이가 난다. 또 소득불평등도 개선이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성 근로자의 소득불평등도(P90/P10)는 2002년 11.9배에서 2022년 7.3배로 38.8% 하락했다. 남성은 같은 기간 9.1배에서 7.1배로 22.1% 낮아졌다. 25~34세, 35~44세, 45~54세 등 연령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저소득층 개선 폭, 한국이 1위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의 불평등도는 악화했거나 소폭 개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이번 연구를 통해 다음달 참여하는 글로벌 소득불평등 파악 프로젝트인 GRID 참가국의 소득데이터를 살펴보면 선진국 10개국 중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6개국의 불평등도가 악화했다. 미국은 1998년부터 2019년 10분위수 배율이 4.1% 상승했다. 구글·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분야 기업 등을 중심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고소득층의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10분위수 배율이 42.9% 뛰었고, 덴마크(27.1%)와 노르웨이(10.2%) 등도 크게 높아졌다. 독일(-2.5%)과 프랑스(-5.0%), 캐나다(-6.3%)는 10분위수 배율이 낮아져 불평등도가 개선됐지만 한국(-27.4%)에 비해 폭이 작았다. 다만 절대적 불평등도는 한국이 선진국 중 중위권에 해당했다.

신흥국들은 대체로 불평등이 개선됐지만 이는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해서라기보다 고소득층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아르헨티나는 10분위수 배율은 45.9% 하락했지만 중위소득과 상위 10% 백분위수 비율(P90/P50)은 32.8% 하락했다. 불평등은 개선됐지만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한 유형에 속한다. 소득 하위 10% 백분위수와 중위소득 간의 비율(P50/P10) 개선 폭은 한국(-31.6%)이 13개국 중 가장 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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