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 집값만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춘천과 원주가 의대 진학 명당으로 주목받으며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춘천시 후평동 '춘천일성트루엘더퍼스트'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4억2500만원(13층)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올해 1월 4억800만원(12층)으로, 1700만원 올랐다. 같은 날 인근 '춘천후평우미린뉴시티' 전용 59㎡도 3억38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인 2022년 4월 3억3400만원(13층)에서 소폭 오른 신고가다.
인근 '춘천더샵' 전용 59㎡도 지난 4일 2억6800만원(18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는 2022년 8월 기록한 2억6700만원(16층)이었다. 같은 지역 '초록지붕8차' 전용 84㎡ 또한 지난 10일 2억2700만원(3층)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에서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후평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올해 초부터 서울과 경기에서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올해 초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연장 호재 관련한 문의가 많았고 최근 들어서는 교육 환경에 대한 문의 위주"라고 설명했다.
원주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원주시 무실동 '더샵원주센트럴파크1단지' 전용 84㎡는 지난 6일 5억3000만원(20층)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무실동 개업중개사는 "아직 집값이 치솟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외지인들이 올해 초에는 갭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면 지금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 문의가 많다. 특히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로 배정받는 아파트가 관심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GTX A·B·C노선을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TX B노선은 춘천까지 연장되고 GTX D 노선은 원주를 종점으로 삼는다. 춘천과 원주가 사실상 수도권 생활권에 편입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과 지역인재전형 선발도 대폭 확대됐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그 지역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만 그 지역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강원대, 한림대, 가톨릭관동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강원도 의대 4곳에서는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으로 147명을 뽑을 계획이다. 올해 강원권 고3 학생 수가 1만1732명인 점을 감안하면 100명 중 1.3명이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에 갈 수 있단 의미다. 학생 수 대비 지역인재 선발 규모만 따지면 강원도가 가장 많다.
이렇다 보니 강원도에서 서울 접근성이 준수하고 학군지를 보유한 춘천과 원주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6월 10일 기준) 두 달 사이 지방 집값은 0.26% 내렸지만, 춘천 집값은 0.5%, 원주 집값은 0.69% 올랐다. 같은 기간 0.46% 오른 서울 집값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의대로 향하는 문은 향후 더 활짝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권고했다. 강원도 의대 들은 학력 저하를 우려해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37%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향후 상위권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권고치인 60%까지 확대한다면 강원도에서만 259명이 의대에 가게 된다.
향후 춘천과 원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고등학교만 나오면 지역인재전형을 쓸 수 있지만, 2028년부터는 지역 내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다녀야 한다. 진학에 성공한다면 거주 기간이 더 늘어나는 만큼 전세보다는 매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상위권 공대에 갈 성적으로 강원도에서는 의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지금 초등학생이라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다녀야 하고 대학까지 포함하면 10년 이상 거주해야 하기에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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