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우리나라의 공무원, 기자, 교수, 교사 등 모든 공직자의 배우자는 '디올백' 받으셔도 됩니다. 단, 자녀가 '장학금'을 받는 건 절대 안 됩니다."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조국 대표 발언 중)
"김건희 씨 '디올백' 수령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 없다는 이유로 종결되다니 참 쉽네요. '김영란법'에 공직자의 자녀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음에도 내 딸은 유죄 판결받았습니다." (11일 조국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백 수수'에 대해서 무혐의 처리를 한 후 야권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권익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논의한 후 "대통령 배우자에 대하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명품 가방 제공자인 최재영 목사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성 여부와 대통령기록물 여부를 논의했으나 종결 결정했다"며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4조는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이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그밖에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날 전원위원회에는 위원 15명이 모두 참석했고, 과반이 '종결' 결정에 찬성했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에 '디올백을 받으셔도 됩니다. 기자나 교수나 공무원, 교사 모두 다 받으셔도 됩니다. 다만 장학금을 받는 건 안 된다'고 적었다.
조민 씨가 장학금 받은 걸로 청탁금지법 유죄가 나온 상황에서 영부인의 '디올백' 수수가 종결된 것을 비판하기 위해 조 대표가 2심에서까지 유죄로 판결받은 혐의 사항을 거론하며 '셀프디스'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렇다면 조민 씨의 장학금에 대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조 대표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600만 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의 다른 지도 학생 1명도 유급당했지만, 장학금은 조민 씨에게만 지급한 걸 주목했다.
그러면서 장학금을 받는 조민 씨도 자신에 왜 장학금을 받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10월, 조민 씨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노환중 교수님이 저 또 장학금 주셨어요!", "노 교수님이 계속 저 주실 건가 봐요! 원래 면담조 돌아가면서 줬다던데"라고 보낸 문자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노 전 원장 주장은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2017년 상반기, 의전원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조민 씨 장학금 지급에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노 전 원장이 조민 씨에게 조용히 장학금을 타라며 입단속을 시켰다"면서 "정당한 장학금이면 입단속을 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딸은 재학 중인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지만 언론의 비난과 달리 성적과 무관한 장학금이었다"며 "학내 절차 위반도 없었으며, 장학금은 공개 수여됐음이 확인됐다"고 억울함을 강조했다.
이어 "'김영란법'에 공직자의 자녀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음에도, 검찰과 하급심 법원은 공직자인 아버지가 그 액수만큼 재산상 혜택을 받았기에 직접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면서 "심지어 검찰은 뇌물죄로 기소했으나 무죄가 나왔다. 이를 이유로 서울대는 나를 해임했다. 현재는 행정소송 중"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가 서울대서 파면될 때 징계위의 결정엔 조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표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서울대가 징계위에 회부한 사유는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원 수수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증거위조교사 △PC 하드디스크 증거은닉교사 등이다.
이 중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수수는 유죄, 나머지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증거위조교사와 PC 하드디스크 증거은닉교사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대 측이 지난해 6월 조 대표의 파면을 결정한 데는 장학금 600만원 수수 혐의가 유죄로 결론 난 게 주효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교수직 파면 결정에 불복해 교원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지난 3월 최종 징계 수위가 '파면'에서 한 단계 낮춰진 '해임'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일부만 수령할 수 있던 퇴직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고, 교원 재임용 불가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조민 씨 또한 입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3월 1심에서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았음에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총선 출마가 가능했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항소심서도 조 대표의 사문서위조,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만큼 대법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최정묵 비상임위원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사건 종결처리와 관련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국민이 알고 있는 중요한 비리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며 "종결 처리에 책임지고자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