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초유의 국채 전쟁…원달러환율 영향은

입력 2024-07-05 06:01   수정 2024-07-08 16:27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제 이슈 가운데 쌍둥이적자 문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크게 부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양당 후보는 앞당겨진 TV 토론을 앞두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연일 고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1980년 초부터 거론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 경제의 고질병이 된 쌍둥이적자 메커니즘은 이렇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그 폭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한편으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금리가 상승해 궁극적으로 경기가 침체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수 친 진영은 피터 나바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같은 중국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트럼프 측이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너무 국수주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7개 경합주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앞설 정도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당황한 바이든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올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놓았다. 미국 통상법 시리즈 중 안보와 관련한 제232조를 법적 근거로 들었으나 필요하면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동 가능한 슈퍼 301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국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 대외경제정책 역사상 유치산업 보호와 자유무역 창달을 위해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용인한 것은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경제 위상을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 있을 정도로 키워줬기 때문이다. 이번에 디플레이션 수출로 첨단기술 산업에 차이나 쇼크가 발생하면 중국에 역전당할 확률이 높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응은 ‘투 트랙’이다. 대내적으로는 강달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사용해온 국채 재매입(buy back)을 더욱 강화해 달러 가치를 아예 평가절하시켜 위안화 절하에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달 안에 발표될 환율 보고서에서도 베넷-해치-카퍼(BHC) 원칙과 상관없이 중국을 환율 심층 대상국(종전의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대미국 통상정책 기조인 ‘팃 포 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대로 관세로 맞대응할 뿐 아니라 위안화 절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미국의 고관세는 가격 할증제이기에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것은 디플레이션 수출로 미국 경제에 차이나 쇼크를 주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는 점이다.


자료: 한국은행

종전과 달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한때 1조3억 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분은 7500억 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미국이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을 막기 위해 고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6월 들어서는 더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국채 매각은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보유분 매각으로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은 이자 부담이 급증해 국가부도 확률이 높아진다. 대선을 앞두고 최대 경제 이슈로 떠오른 쌍둥이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가치를 누그러뜨리는 조 바이든 정부의 노력도 반감된다.

세계경제 양 대국 간 관세와 환율, 국채 전쟁이 벌어짐에 따라 연초부터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지난달 말 이후 대거 이탈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외국인 자금이 이탈함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원달러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과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달러환율 상승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인가.

외환위기 당시 서든스톱에 비유될 정도로 외국인 자금이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선 데는 미국과 중국 요인 외 내부 요인도 작용한다. 가장 큰 것은 외국인의 기대가 컸던 밸류업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다. 3개월 만에 급조된 최종안을 보면 강세성을 띠지 않은 데다 상속세 인하 등 상법 개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상징성이 높은 대기업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것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공급망 파트너십 협정에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은 SK그룹이 1조2000억원 이상의 재산 분할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제 환투기 세력이 원화 약세에 베팅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머큐리(mercury, 펀더멘털) 면에서 미국 경제에 뒤떨어지고 마스(mars, 정책) 면에서 우리 정부가 ‘아오키 법칙’에 걸려 있어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 능력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오키 법칙이란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을 말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요인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조급한 나머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 엔저 방지를 위한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국제 환투기 세력 간 연대 움직임이 나타날 때는 특정국이 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통계 기업상 요인 분석과 상관계수를 보면 우리처럼 포트폴리오 지위가 신흥국에 속한 국가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금리 차보다 펀더멘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소외계층의 이자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문제가 한계 수준을 넘은 여건에서 금리를 올리면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한국은행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가 24년 만에 재개하는 바이백(buyback, 만기 이전에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추진하면 국채금리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유 국채 매각에 따라 원달러환율을 상승시키는 간접효과도 줄어든다. 이미 합의한 한·미·일 외환 공조 채널을 가동할 경우 국제 환투기 세력에도 대응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 판단 지표수 등으로 평가해보면 외환위기가 재발할 확률이 낮게 나온다. 현시점에서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가 네 탓, 내 탓하기 전에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e publico, 공공선)’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달러환율 상승 간 악순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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