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남아메리카 페루, 칠레,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지대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고, 약 7,000여 년 이전 시기부터 재배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이후 16세기 중후반에 감자가 유럽으로 전래되었고, 18세기 들어서는 유럽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도달한 건 꼭 200년 전인 1824년이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감자가 1824년에서 1825년 사이 관북 지역을 통해 들어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양이 풍부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구황작물로 널리 활용됐다. 굽고 삶고 상처엔 찧어 바르기도 하며 우리 땅에 뿌리 내렸다.
감자 품종 ‘수미’는 1962년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1975년 국내에 도입된 후 재배환경에 잘 적응하여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표적인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환경 변화로 생산성이 낮아지고 소비자 입맛도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품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진청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온에 잘 적응하는 품종 개발에 주력했다. 먼저, ‘수미’를 대체할 품종으로 선보인 ‘골든볼’은 고온 적응력이 뛰어나 생산성이 높다. 잘라 놓아도 갈변이 덜하며, 맛은 더 좋다. 길쭉한 생김새의 ‘골든에그’는 수입이 많은 가공용을 대신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2기작 품종인 '은선', '금선'은 가을·겨울 재배지인 전남 보성과 전북 부안에 확대 공급하고 있다.
새 품종을 개발했다고 즉시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 기간만 5년이 걸린다.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까지 다섯 단계를 거쳐 씨감자를 증식해야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양의 ‘씨감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보급 노력 결과, 2019년 16.9%였던 국내 육성 신품종 보급률을 2023년에는 30.4%까지 높일 수 있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우리나라 감자 연구의 중심이다. 세계 최초로 씨감자 생산을 위한 수경 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시간에 맞춰 양액을 분사하는 ‘분무경’ 기술로 유리 온실에서 병에 오염되지 않고 안전하게 기본종을 생산하고 있다.
감자는 영양번식을 해서 한번 감염된 바이러스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무병 씨감자’가 아주 중요하다. 우리 씨감자 생산기술은 해외로도 전파하고 있다. 2007년 알제리에 수경재배 기술을 지원해 현지 생산에 성공했고, 최근엔 도미니카공화국에 기술을 전파해 씨감자 생산성을 1ha당 18t에서 25t까지 대폭 늘렸다. 파키스탄도 수경재배 기술을 도입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씨감자를 자체 생산해 가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를 넘어 감자 원산지인 페루, 파라과이·볼리비아까지 K-씨감자 기술이 뿌리를 내리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감자 전래 200주년을 맞아 정부, 학계, 산업체, 민간단체 등이 함께 국내 감자연구개발 역사와 국제협력 성과를 조명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6월 21일을 ‘감자의 날’로 선포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감자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