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시장의 제왕으로 등극하면서 엔비디아 가치사슬에 속하는 지 여부가 반도체 기업들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엔비디아 칩을 양산하는 TSMC와 AI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질주하는 반면, 엔비디아의 ‘품질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AI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19일 컴퍼니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TSMC의 시가총액은 9320억달러(약 1287조원)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벅셔해서웨이(9위·8890억달러), 일라이릴리(10위·8472억달러)·브로드컴(11위·8390억달러)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아시아 기업으로 유일하게 시총 ‘톱 10’에 들었다.
TSMC는 올해 들어 주가가 65% 오르며 시총이 500조원 이상 불어났다. 삼성전자 시총(485조원)보다 많은 규모다. 엔비디아에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시총도 연초 103조6675억원에서 171조805억원(19일 종가)으로 65% 급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TSMC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린다. 엔비디아의 AI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붙여 만드는데, TSMC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GPU와 HBM을 한데 묶는 패키징 작업도 전담한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임에도 올해 주가가 2.14% 오르는 데 그쳤다. 엔비디아 납품 통과가 지연되면서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 납품 진행 소식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HBM 제품에 ‘젠슨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기자 주가가 이틀간 9% 가까이 급등했다. 탈락 소문이 돌았던 지난달 24일에는 3% 넘게 떨어졌다.
HBM은 AI 가속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낙점을 받아야 제품을 팔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가 엔비디아만 바라보는 이유다. HBM은 내년 전체 D램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이 될 전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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