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이오플로우의 해외 판매를 금지한 1심 가처분 결정에 대해 '파기'를 명령했다.
1심에서 핵심 쟁점에 대해 충분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1심서 금지된 해외 판매도 재개될 전망이다. 더욱이 판결문에는 이오플로우 측에 유리한 내용이 담기면서, 본안소송서도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으로부터 지난 17일 수정 가처분 파기환송 결정이 선고됐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0월 미국 메사추세츠 주법원은 미국서 인슐렛과의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에 대한 판매 및 제조, 마케팅을 금지한 바 있다.
연방항소법원은 해당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1심을 진행하도록 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지방법원이 영업비밀 침해 및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했다.
가처분 결정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의 본안소송 승소가능성이 크거나, 소송의 내용이 원고 측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때 내려진다. 1심은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를 인수하게 될 시, 인슐렛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방법원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는 근거 없는 불안 이상의 무엇인가에 근거래야 한다"며 "더 큰 경쟁사에 대한 일반화된 두려움이나 손해배상으로 구제가능한 이론적인 매각은 인식 가능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1심의 판결 내용이 효력을 잃으면서, 이오플로우는 자사의 무선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다시 해외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2심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1심 판단을 받게 되면서 법적 공방의 기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방법원의 지적에 따라 여러가지 법적 쟁점에 대해 다시 한번 공방을 진행해야기 때문이다. 또한 1심 판결 이후, 결과에 따라 양측이 항소하며 다시 한번 2심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다.
연방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연방법원은 이오플로우의 주장을 다수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슐렛의 주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며, 이오플로우가 본안 소송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항소법원은 해당 소송의 소멸시효를 다시 한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업비밀 소송은 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 3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소송의 소멸시효 문제를 지적했다. 만약 소멸시효가 인정되면, 소송 제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각하로 소송이 종료될 수 있다.
또한 소멸시효가 남아있더라도 인슐렛이 내놓은 자료를 '영업비밀'로 인정하기엔 너무 광범위 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영업비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밀유지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했는지'와 '타인이 적절한 수단을 통해 용이하게 알아내지 못함으로써 독자적인 경제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인슐렛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설계도면과 사양'은 비밀 유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방법원은 △문서에 비밀이라고 표시 △직원들에게 비밀유지 계약에 서명하도록 요구 △시스템을 패스워드로 보호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금지가처분을 인용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역설계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영업비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하라고 지적했다. 연방법원은 "역설계와 같은 정당한 수단으로 용이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정보는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연방법원은 결론서 "인슐렛이(1심서) 본안 승소가능성을 입증했는지 질문을 받았고, 현재까지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심과 다르게, 본안소송서 이오플로우 측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다는 의미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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