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덕분에 노후자금이 든든해졌네요. 퇴직연금 1년 수익률 50% 찍었습니다.”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이를 많이 담고 있는 AI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1년 수익률 70%를 넘긴 ETF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AI·반도체 ETF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요.
AI·반도체 ETF는 편입 종목과 비중에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입니다. 엔비디아를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중국이나 한국 반도체 종목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확 갈립니다. 투자자하기 전에 ETF에 담긴 종목과 비중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같은 기간 ‘ACE 글로벌반도체TOP4PlusSOLACTIVE(88.66%)’ ‘KOSEF 글로벌AI반도체(67.29%)’도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세 상품 모두 엔비디아를 20% 이상 편입하고 AI 관련주에 분산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 미국 빅테크 기업을 담아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최근에 나온 게 아닙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매그니피센트7’들이 지난 10년 간 기술혁신을 이끌며 나스닥시장 주가 상승을 견인해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AI 테마의 대표 종목이자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많이 담은 상품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엔비디아는 최근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해 빅테크 상위 7개 기업이나 글로벌 반도체 톱 4개 기업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엔비디아를 담고 있으면서도 채권형으로 분류돼 퇴직연금 계좌에서 비중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는 엔비디아를 31.32%까지 편입하고 나머지 자산은 국고채에 투자합니다. 1년 수익률은 52.83%로 채권형 ETF 중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초강세가 다소 부담스럽다면 차세대 AI 종목으로 구성된 ETF도 주목할 만합니다.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는 엔비디아 비중이 12.86%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1년 수익률이 80.20%에 달합니다.
이 상품은 엔비디아 외에 영국의 반도체 디자인회사 ARM, 미국의 액침냉각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AI데이터 분석회사 팔란티어 등에 분산투자합니다. 삼성전자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SK하이닉스(3.17%)만 편입한 것도 특징입니다.
반면 AI나 반도체 ETF로 분류되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도 있습니다. ‘KBSTAR AI&로봇’은 1년 수익률 -2.96%로 부진합니다. 이 ETF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주를 담지 않고 레인보우로보틱스(5.97%), 두산로보틱스(5.84%), 네이버(5.75%) 등 국내 주식 위주로 투자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오 테크놀로지, THM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TIGER차이나반도체FACTSET’도 1년 수익률 -13.43%로 저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본부장은 “글로벌 AI·반도체 강세에 편승해 ETF 상품이 우후죽순식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편입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분석해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로 AI반도체 ETF에 투자하면 엔비디아 알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세제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해외 주식을 직접 매수하면 양도차익이 250만원 이상일 때 22%의 양도소득세가 붙지만, 연금계좌로 ETF에 투자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과세이연으로 인한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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