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기후테크 관련 스타트업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글로벌 규제에 따른 친환경 필터 전환과 인공위성에 기반한 대기질 측정 등의 사업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는 관련 산업을 육성할 준비에 나섰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뉴라이즌은 최근 BNK벤처투자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4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내년부터 연간 3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뉴라이즌은 플라스틱 소재 기반 정전식 필터의 글로벌 환경 규제 흐름을 타고 성장기를 맞은 업체다. 플라스틱 기반 정전식 필터는 수명이 매우 짧은 데다 폐기 시 소각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시작된 규제는 국제표준인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으로 확대됐다. 국내 공기청정기에 필터 성능이 표기되지 않는 것은 ISO를 통과한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라이즌은 이 기준을 통과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이른바 5세대 융합 필터로, 기존의 정전식 필터에 나노 필터를 결합해 ISO 기준을 통과했다. 집진 성능과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세계적으로도 이 기준을 통과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코레일을 비롯해 부산도시철도와 해경 함정 등에 납품하고 있다. 2차전지와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클린룸이나 드라이룸 등 산업 설비용으로도 확장 가능하다.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다. 인도의 자동차 1차 협력사 일곱 곳이 뉴라이즌에 기술이전 제안서를 제출했다. 뉴라이즌은 올 하반기 이 기업 중 한 곳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현지에 필터 생산공장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초소형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도 최근 2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100억원 유치에 이은 것으로,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추가 위성을 발사해 위성 군집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부산시와 추진 중인 ‘부산샛’ 위성을 통한 부산항 일대 미세먼지 분석 사업과 함께 대기 중 메탄가스 농도 추적 등 기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다.
나라스페이스의 사업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미국과 일본 등 14개국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최근 유망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나라스페이스를 선정했다. 14개국 2000개 이상의 기업을 심사한 결과다.
부산시는 기후테크 관련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14일 시행된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맞춰 부산시는 분산에너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건다는 계획이다. 강서구 일대에 조성하는 스마트시티인 에코델타시티의 인프라로 인근 공장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확정지었다. 또 수소연료전지, 수소혼소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등 분산에너지원을 구축하고 가상발전소(VPP) 등 신기술 실증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스마트시티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특화단지 지정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지역 산업 생태계와 결합해 기후테크 관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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