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과 자본시장의 '도약'

입력 2024-06-19 18:37   수정 2024-06-20 00:20

‘25.9%, 34.9%, 22.1%.’ 국민연금이 2017, 2020, 2023년도에 ‘국내 주식’에 투자해 거둔 수익률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바탕으로 2017년 7.3%, 2020년 9.7%, 2023년 13.6%라는 높은 전체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설립 이후 운용수익률이 연 6%를 웃도는 등 국민의 듬직한 노후 버팀목으로 성실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내 대비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수익률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비중 축소는 무조건 선일까. 많은 사람이 해외 대비 국내 증시의 지수 상승률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이는 단순 지수 추종을 가정한 것으로 국내시장에서 높은 이해와 운용 전문성을 지닌 국민연금에는 적절하지 않은 지적이다.

최근 맥킨지앤드컴퍼니 발표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밸류업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현재 대비 최대 100%, 시가총액은 20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증시 배당성향이 주요국 수준으로 상승하면 현재 현금배당액 대비 80% 이상 늘어난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액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3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총액이 126조원이고 지급총액이 39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한국 증시의 밸류업에 따라 자본이득과 배당수익 측면 모두에서 국민연금의 수익률 상승 여지가 매우 크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못 속 고래 논란이나 국민연금 수령 본격화에 따른 국내 증시 충격 우려도 달리 봐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382조원 규모인 퇴직연금 적립액은 2030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 효과가 발휘된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자금 유입도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다. 즉 10년, 20년 후의 전망치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상황에 맞게 수정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기금인 GPIF는 2014년 자국 주식 투자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과감한 포트폴리오 개혁을 통해 당초 예상한 연금자산 규모보다 58조엔(약 510조원)의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스웨덴 최대 연기금인 알렉타(Alecta)도 보유주식의 37.4%를 자국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 우리 자본시장은 밸류업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정부 차원에서 연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며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증시 세일즈에 힘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자본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비중 축소는 정부 밸류업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합리적 의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밸류업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한 경제 선순환 정책인 만큼 정부, 국회, 민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자본시장 밸류업과 증시 상승에 따른 과실을 국민연금과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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