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19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이란 문구를 넣었다. 즉각적인 군사력(병력) 투입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동맹’과 다름없는 수준의 협정을 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러 군사 기술 협력’도 포함돼 북한이 원하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정찰군사위성 발사 기술 등이 자유로이 이전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다만 북한이 ‘동맹 관계’를 선언한 반면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회피해 온도 차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낮 12시40분께부터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은 1시간30분가량 이어졌고, 오후 2시30분부터는 2시간 이상 1대1 회담도 열렸다.
두 정상은 회담 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최종 서명하고 오후 6시께 기자회견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질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양국의 열망을 반영한 획기적인 문서”라며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 무역, 투자, 문화 및 인도주의 분야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포함됐던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소련 해체 이후인 2000년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에 포함된 조항(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과 비교하면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다만 1961년 조약에 있는 ‘지체 없이’ 및 ‘군사 원조’ 등의 표현이 빠져 자동군사개입에 합의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자동군사개입이 되려면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명시돼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의무 이행의 충실함에 있어서 그 어떤 사소한 해석상 차이에도 추호의 주저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 자체가 명백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방위산업 등 군사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정은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새롭고 높은 수준의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는 러시아 연방과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불패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전 행정에서 자기의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미·일의 군사동맹 강화에 대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동북아 지역 모든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푸틴이 동맹이란 용어를 전혀 쓰지 않은 반면 김정은은 ‘동맹’을 수차례 강조해 양국 간 이번 협정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러가 1961년 조·소 동맹의 정신을 계승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동맹을 맺은 것 같진 않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동맹 체결 요구에 추상적 문구로 대체한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현/김종우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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