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각한 푸틴, 새벽에 홀로 영접한 김정은

입력 2024-06-19 18:44   수정 2024-06-20 02:49


24년 만에 방북길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늦은 19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평양에 도착했다. 당초 야쿠츠크를 방문한 뒤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해 1박2일간 방북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평양 방문은 당일치기가 됐다.

저녁시간에 맞춰 성대한 환영 행사를 준비했을 북한 측은 김정은과 주북 러시아대사관 직원 일부만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했다. 예포 발사와 국가 연주 같은 의전은 생략됐다. 두 사람은 푸틴이 선물한 러시아산 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함께 타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각대장’으로 유명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35분 지각했고, 트럼프는 이에 맞서 20분을 더 지각하며 회담이 한 시간이나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네 시간 이상 늦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광장에는 의장대가 도열했고 평양 주민들은 손에 꽃을 들고 참석했다. 평양 시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외신에 따르면 거리 곳곳에는 북한과 러시아 국기를 비롯해 ‘우리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뿌찐(푸틴)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영원한 북·러 우정이 있기를’ 같은 문구가 적힌 깃발이 꽂혔다. 김일성광장에는 푸틴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김정은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렸다.

환영식 이후 회담장으로 이동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했다. 평양 시내 도로 양옆으로는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색, 흰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늘어서 두 사람이 탄 무개차가 지나갈 때 “조로친선” “푸틴 환영” 등을 외쳤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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