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열심히,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린 선수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조건이 되기 위해선 연습만이 살길이죠.”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역사와 함께한 선수가 있다. 올해 투어 10년 차인 박지영(28)이 그 주인공이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대회에 출전한 박지영은 20일 경기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마친 뒤 “포천힐스CC는 영리하게만 친다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코스”라며 “자신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매 대회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말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10년째 개근한 박지영은 우승과 인연은 없었지만 준우승 한 번과 공동 3위 한 번씩을 했을 정도로 이 대회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준우승을 차지한 2022년 대회에서는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선보였다. 당시 박민지(26)가 한때 4타 차까지 달아나며 쉽게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지만 박지영이 마지막 11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아 따라붙은 뒤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가 홀을 스쳐 지나가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린 주변을 둘러싼 갤러리들은 명품 승부를 선보인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지영은 10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정세빈(23)과 함께 1타 차 공동 선두다. 박지영은 “사실 전반 9홀을 칠 때까지만 해도 감이 좋아서 오늘 정말 잘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 들어 더위를 먹었는지 실수가 많아졌다”며 “아쉽기는 하지만 복귀전치고는 나쁘지 않았다”고 하루를 돌아봤다.
박지영은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약 한 달간 휴식을 취했다. 4월 메디힐·한국일보, 지난달 교촌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2승(통산 9승)을 거둬 올 시즌 첫 다승자가 됐을 만큼 기세가 좋았지만 갑작스러운 맹장수술로 잠시 투어를 떠나야 했다. 복귀 후 두 번째 대회에 나선 박지영은 “오늘도 진통제를 먹었는데 그래도 아프다”며 “아픈 티를 내면 안 되니 최대한 참고 치기는 하는데 더워지니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지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2년 차인 2016년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고, 매년 상금랭킹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대회 포함 3승을 거두는 등 데뷔 후 가장 빛나는 시즌을 보냈다.
박지영은 “올 시즌 4승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몸 상태에 따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고 빨라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눈앞에 놓인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도 욕심이 난다”며 “남은 라운드에서 더위를 잘 피하고 위험하지 않은 곳을 잘 공략해서 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포천힐스CC=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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