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해외 투자도 유행을 탑니다. 과거 베트남 주식시장이 떴다가 2010년대 초엔 중국으로 우르르 몰려갔고, 요즘엔 중동, 일본 테마로 이어지고 있죠. 단순 유행을 넘어 '해외 진출 3.0' 단계로 진입해야합니다."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지금 일본 스타트업 시장은 2010년 초반 한국과 비슷합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게 일본입니다."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대표)
싱가포르에 창업 컨설팅 업체 윌트벤처빌더의 원대로 대표는 "국경이 무너져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외 진출' '해외 수출' 이라는 게 사실은 쌍팔년도 컨셉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동남아에 오는 스타트업들도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POC를 한다거나 하는 목적이 아니고 대부분은 단순 탐방 목적"이라며 "일회성 데모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형 맞춤형 전략을 짜지 않고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투자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원 대표는 말했다. 그는 "한국 VC가 과연 싱가포르에서 로컬 VC에 비해 어떤 경쟁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염려스럽다"며 "한국 LP부터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LP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해줘야 VC들도 자유롭게 해외투자를 하고 해외에서 펀딩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여성 창업자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이라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UAE와 사우디에서 여성 창업자는 오히려 핫한 섹터"이라며 "한번에 200억원씩 펀드레이징할 정도로 희소성과 파급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발을 떼기 어려울뿐이지 인식만 바꾼다면 여성 창업자에게도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틀만에 MOU 하자고 요구하는 식"이라며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인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대표는 "지금 일본은 2010년대 초반 한국 벤처시장과 분위기와 규모가 비슷하다"며 "한국도 2010년 만들어진 펀드의 청산 수익률이 가장 높았는데 한국도 올해 내년에 만들어진 펀드의 수익률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4000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생겼다. 2022년 대비 1.7배 늘어난 숫자다.
그는 "일본은 시드투자와 프리시드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시장은 좋지만 투자자가 적은 상황이라 찬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벤처펀드가 늘고 있지만 세컨더리 펀드는 거의 없다. 최근 CVC 펀드들의 엑시트 고민들이 있기에 세컨더리 시장도 유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은 "한국 창업 생태계도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들도 최근 지경학적 이슈를 경영 전략에 반영시키고 있고 미국과 유럽 창업생태계도 관련 이슈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