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민지(26)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20승에 도전하는 첫날, 초반 2개의 보기로 삐끗했지만 후반 특유의 몰아치기로 끝내 2언더파 70타를 만들어냈다. '박민지다운 플레이'를 앞세우며 한국 여자골프에 또 하나의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는 기분좋은 첫 단추를 꿰었다.
박민지는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4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공동선두 박지영 정세빈(4언더파 68타)에 2타 뒤진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2주 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투어 최초 단일 대회 4연패 기록을 세운 박민지는 이번 대회에서는 3연패에 도전한다. 이번에 우승하면 투어 통산 20승 기록도 세운다. 이는 구옥희, 신지애와 나란히 KLPGA투어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이 된다.
이날 대회가 열린 포천은 낮 최고기온 34도까지 치솟았다. 박민지는 폭염이 한창이던 오후 12시 34분 티잉구역에 들어섰다.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다. 경기 초반 거리감을 잡는데 다소 실수가 나오면서 2, 6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그래도 박민지는 "실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짧은 퍼트를 자신있게 시도하다가 나온 보기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남은 70홀에서 만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중반부터 거리감이 잡히자 타수도 빠르게 줄였다. 8번홀(파4)에서 1.5m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만회를 시작한 박민지는 10번홀에서 다시 한번 웨지로 공을 핀 2m옆에 붙여 이븐파로 복귀했다. 그는 마지막 17·18번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아내며 끝내 2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박민지는 "마지막 두 홀에서 꼭 버디를 잡고 톱10에 들고싶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경기가 풀렸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3차 신경통으로 투병중인 박민지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을 건너뛰었다. "내셔널 타이틀이고, 제가 우승한 적도 있는 대회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면서도 "대회를 완주할 컨디션이 아닌데,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더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투병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환자가 됐다"고 웃으며 "보는 분마다 걱정해주시는데 그 마음들이 감사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단일대회 3연패, 그리고 투어 통산 20승을 도전하는 무대. 골프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지만 박민지는 "부담감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매해 첫 승이 나올때까지 조급하고 성급해하는데, 첫 승을 하고 나면 나 자신을 믿고 자신있게 플레이한다"며 "지금도 자신감이 올라와있다"고 말했다. 그는 "4라운드 첫 날, 코스에 대한 적응시간을 잘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라운드에서는 버디를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선두권을 계속 쫓아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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