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전문에서 가장 우려되는 항목은 4조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문구는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어 양국 간 군사동맹이 28년 만에 복원됐다는 평가다.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북한이 옛 소련과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동맹조약)에 담겨 있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됐다. 이후 2000년 북·러 간 체결된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접촉한다’는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내용이 포함됐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약이) 1961년 자동군사개입 조항과 다른 건 유엔헌장과 국내법을 언급한 완충장치뿐”이라며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러가 언급한 ‘유엔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때 자위권을 가진다는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개입 길이 열린 것”이라며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61년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약 수준에는 못 미친다”며 “자동 군사 개입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얘기하고 있어 동맹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러 밀착으로 안보 환경이 바뀌면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의 개입 차단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해 동해나 북한 영토에서 북·러 연합군이 훈련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가 모두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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