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과하는 자세?"…'치킨집 갑질' 공무원 또 논란

입력 2024-06-20 21:53   수정 2024-06-20 22:03


공분을 불러일으킨 대구 중구청 공무원 '치킨집 갑질'에 대해 구청이 감사에 나선 가운데 당사자들이 사과하겠다며 해당 치킨집을 찾아가 보인 태도가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 중구청의 거짓된 사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치킨집에 행패 난동 갑질 협박한 대구 중구청 X들이 다시 찾아가 사과했다는 장면"이라며 사진 2장을 첨부했다.

A씨 주장과 그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남성 3명 중 한명은 팔짱을 끼고 있다. 다른 한명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머지 한명은 정자세로 서 있다. A씨는 이 사진이 갑질을 한 중구청 직원들이라고 주장하며 "저게 사과하는 자세냐. 제가 46년 살면서 저런 자세로 사과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건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라 싸우자는 자세"라며 "팔짱을 끼고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사과하는 사람 본 적 있느냐.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올린 사진은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 보도된 화면 일부를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방송은 갑질 논란의 당사자들이 지난 18일 치킨집을 찾아 사과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사과를 가장한 협박", "사람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자세는 아닌 것 같다", "허리에 손은 마지막 자존심인가"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갑질 논란은 앞서 지난 13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직원 없이 아내와 작은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글쓴이 A 씨는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손님들이 들어오셨다"며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하기에 경기도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손님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 글에 따르면 당시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치킨과 술을 주문했다. 음식을 내간 뒤 A 씨 아내는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한 모습을 보게 됐다. A씨가 올린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한 명이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바닥에 고의로 버리는 모습이 담겼다.

A씨 아내는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었고,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다른 손님들도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아내는 키친타월로 테이블 쪽 맥주가 가득한 곳을 닦았다.

이후 이들은 계산을 하고 나갔다. 그런데 손님 중 한 명이 다시 들어와 A씨 아내에게"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따져 물었고, 나머지 일행들도 뒤따라 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 중 한 명은 "나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CCTV를 돌려보니 손님은 실수가 아니라 맥주를 바닥에 뿌리는 수준이었다"며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중구는 진상조사에 나서 손님 네 명 모두 구청 직원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류규하 구청장 명의의 사과문에서 중구는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해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아울러 구청 감사팀은 당사자들을 일일이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감사팀 관계자는 "감사 결과 내용에 따라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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