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성에게 분노해 목을 조르고 성폭행을 저지른 것뿐 아니라 상습적으로 데이트 폭력까지 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이유는 피고의 모친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피해자를 위해 공탁을 했기 때문이다.
20일 법조계에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민지현)는 19일 강간상해, 주거침입, 절도,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A씨(29)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강간상해 범행에 한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보 공개·고지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16일 오전 6시30분쯤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B씨(27)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를 침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이들은 2021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같은 식당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호감이 생긴 A씨가 B씨에게 고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마음을 거부당하자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에 돌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화가 나 테이블을 걷어차고 집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A씨는 같은해 4월27일 오전 2시쯤 B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미리 알고 있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무단 침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과거 교제했던 애인의 안면부와 복부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전과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늑골 골절상을 가하는 등 상습적인 데이트 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누범 기간 중 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 결과 파악됐다.
또 2022년 5월 오픈채팅을 통해 처음 만난 C씨와 술을 마시다 그의 지갑 속 현금을 몰래 훔치거나 같은해 6월 원주시에 위치한 마트 출입문 유리를 부수고 금고에서 현금을 꺼낸 뒤 훔친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는 등 총 230만원을 절도한 혐의도 같이 받고 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강간상해 범행은 피고인의 극악한 범행 수법이나 그 위험성 등에 비춰 중대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피해자가 몰래 휴대전화로 현장을 녹음했던 증거 파일에 잔혹한 범죄가 생생하게 드러났다며 A씨에게 불리한 양형 자료로 삼았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어머니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다"며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고 볼 여지는 없지만, 피고인 가족들이 피고인의 계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