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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팁 줄 생각이 없었는데, 3달러 팁이 결제됐네요. 청구 취소해주세요."
미국의 Z세대 금융 분석가 말로란 바수가 최근 자신의 신용카드 청구 금액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팁 3달러가 포함된 금액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그는 2주 전쯤엔 온라인에서 주문한 750달러짜리 의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했다. 판매자가 환불 정책을 규정해놓지 않았지만, 신용카드 이의 제기로 쉽게 돈을 돌려받았다. 바수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연락한 대상은 식당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신용카드 회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지난해 신용카드 이의 제기(dispute) 청구 건수가 1억500만 건에 달했다"며 "현명해진 소비자들이 소비자 권리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손쉽게 이용 가능한 이의 제기 시스템 활용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이의 제기 규모는 청구 금액 기준으로 110억 달러에 이르렀다. 72억 달러였던 2019년 규모에 비해 급증했다.
금융산업 연구기업 데이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는 2026년까지 4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소지자는 청구 오류, 인식되지 않거나 승인되지 않은 청구, 잘못 표현됐거나 결함이 있거나 배송되지 않은 거래에 대해 소비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최근엔 사업체(상품 및 서비스 판매업체)가 부과한 '노쇼 수수료'가 단골 이의 제기 대상이 되고 있다.
카드 소지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카드사는 문제된 금액에 대해 임시 크레딧을 제공한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판매업체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다. 고객의 이의 제기가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크레딧을 영구적인 금액으로 바꿔준다. 사업체는 증거를 제출하고 부당한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돈을 되찾을 수 있다. 이의 제기 프로세스가 간소화된 것은 코로나19 무렵이다. 당시 항공편, 호텔 등 여행 계획 취소 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의 폴 파바라 수석 리스크 책임자는 "어떤 판매업체가 너무 많은 이의 제기를 받을 경우 이는 부실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는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란 아그리오스 세일즈포스 금융 서비스 부사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돈을 돌려줘야 하는 사업체를 직접 상대하는 데에 번거로움을 느끼면서 카드사에 곧바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도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합법적인 결제 건에 대해서도 부당하기 이의 제기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주로 물건을 공짜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카드사(JP모간의 경우 은행)는 이를 사기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북미상인협회는 지난해 이의 제기 오남용이 69%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비자카드, 마스터카드는 판매업체가 부당한 이의 제기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근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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