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한 국내 자동차 업체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배터리 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원료 조달도 쉬운 '차세대 배터리'다. 리튬이온을 쓰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예상을 깨고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나트륨이온 전기차 동맹군'이 개발 및 양산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판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중국 기술수준 뛰어넘어"
19일(현지시간) 한국 배터리협회가 독일 뮌헨에서 주최한 '인터배터리 유럽'에서 만난 이동욱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장은 "국내 한 자동차사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왔다갔다하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재인 이온이 나트륨으로 이뤄진 2차전지다. 현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모든 배터리는 리튬 이온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리튬은 공급이 제한돼 있어 가격의 급등락이 심하다. 원료조달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나트륨은 해수, 소금 광산 등 전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공급량이 많고 구하기 쉬우니 가격도 상대적으로 쌀 수밖에 없다. 이 담당장은 "향후 전기차가 대중화 되면 전세계 추출량에 비해 리튬 수요는 늘 수밖에 없고 가격도 오르게 된다"며 "생산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장은 "2년전부터 나트륨이온 관련 개발을 해왔고 즉시 사용가능한 수준까지 왔음에도, 공급처가 없어 양산을 못해왔었다"며 "곧 나트륨이온 전기차 개발이 시작되면 양산 준비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특성상 나트륨 이온 양극재는 리튬이온 양극재 라인을 그대로 사용하면돼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체실험 결과 나트륨 이온 배터리 분야 선두주자인 중국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다는게 에코프로비엠의 판단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에너지 밀도다. 충전거리가 아직 250~300㎞ 수준이다. 우선적으로는 출퇴근 등을 위한 중소형차로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현재 기술개선 수준을 감안하면 1~2년내에 LFP 배터리 수준으로까지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게 에코프로비엠의 전망이다.
◆"LFP때의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
에코프로비엠과 국내 자동차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트륨 이온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건 LFP때의 실수를 두번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3~4년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셀, 양극재 회사들은 LFP의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삼원계(NCA, NCM)에 집중했다. 하지만 기술개발로 LFP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서 현재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LFP가 주도하고 있다. LFP에 집중했던 중국의 전세계 점유율은 매년 치솟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와 양극재 회사들은 뒤늦게 올들어서야 LFP배터리와 LFP 양극재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나트륨 이온배터리가 LFP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미 개발 및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내에선 CATL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CATL은 중국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승용차 뿐 아니라 소형 이륜 자동차, 오토바이, 전기바이크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밀도를 덜 요구하는 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리스크 분산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국내 업계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뮌헨=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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