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보도의 대가로 억대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 김씨는 '대장동' 관련 사건으로만 2021년 11월, 지난해 2월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배임증재·수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를 받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 모두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한 허위 보도의 대가로 1억6천500만원을 주고 받았다. 또한, 이를 책값으로 위장하고, 허위 인터뷰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정보통신망법 위반, 배임수재·증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받고 있다.
신 전 위원장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에 대한 별도의 공갈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정 전 의료원장이 자신에게 산 책을 무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5천만원을 받아낸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논란이 불거지던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검찰에 출석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를 만났고 사건을 '봐줬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뉴스타파는 신 전 위원장이 갖고 있던 당시 대화 녹음 파일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보도한 바 있다.
김씨는 신 전 위원장과 해당 대화를 나누고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신 전 위원장이 쓴 책값 명목으로 1억6천500만원을 건넸다. 이것이 허위 보도의 대가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책임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아닌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기 위해 김씨가 여러 언론사와 접촉해 허위 보도를 계획했으며 파급효과가 큰 대선 직전에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신 전 위원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비슷한 취지의 윤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다른 언론사 전·현직 기자들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두 사람을 구속한 검찰은 이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보도했는지, 보도를 기획한 배후가 있는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향후 '허위 인터뷰 보도'가 이뤄지게 된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비슷한 취지로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전망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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