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서 오랜 기간 논쟁이 돼 온 점프하는 육지 거머리의 모습이 최초로 카메라에 담겼다.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포드햄대학, 뉴욕시립대(CUNY) 공동 연구팀은 21일 생물학 저널 바이오트로피카(Biotropica)에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탐사 중 육지 거머리 츠토놉델라(Chtonobdella sp.)가 나뭇잎 위에서 휘어졌다가 점프하는 모습을 두 차례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연사박물관 마이 파미 박사는 "육지 거머리가 점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난 한 세기 이상 계속돼 왔다"며 "이 발견은 적어도 한 종 이상의 육지 거머리가 점프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미 박사는 "그동안 거머리가 사람을 포함해 주변으로 점프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관목에 부딪히거나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행인에게 달라붙는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발견을 그런 주장을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곤충 애벌레 중에는 고리 자세를 취했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동작을 보이는 경우가 다수 포착됐다. 그러나 거머리는 일부 여행 기록 등에 목격담 등이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거의 없어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돼 왔다.
연구팀이 2017년과 2023년에 마다가스카르 탐사에서 포착한 츠토놉델라 거머리는 긴 몸을 '뒤로 굽는 코브라' 또는 스프링이 뒤로 당겨지는 것처럼 몸을 뒤로 굽혔다가 몸 쭉 뻗는 동작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마이클 테슬러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는 자벌레 등의 동작과는 크게 다른 것"이라며 "점프 동작은 우아하게 하지만 착지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머리가 얼마나 자주 이런 동작을 하는지, 피를 빨 숙주를 찾는 데 이 능력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지만 두 번의 짧은 녹화에서 여러 번 점프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보면 이런 행동이 흔히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미 박사는 "거머리가 숙주를 어떻게 찾아서 붙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거머리의 장 내용물 분석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거머리가 종종 간과되고 연구도 부족하지만, 생태계 일부로서 보호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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