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음식점으로 가장한 방석방...“불건전한 유해업소 퇴출 절실”

입력 2024-06-21 10:45   수정 2024-06-21 10:46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선정적인 간판과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일반음식점이 즐비하다. 중·고등학교와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정체 모를 일반음식점들의 정체는 ‘방석집’이다. ‘방석집’은 방석 위에 앉아서 대접받는 집이란 뜻으로, 성매매 업소의 일종이다.

광진구 주민들은 수년째 광진구청에 퇴폐업소 근절을 민원으로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유흥주점, 단란주점과 같은 업소는 개인이 영업허가를 받은 사유재산이다. 보건위생과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영업소 폐쇄 또는 영업허가 취소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강제로 조치하기 어렵다”였다.

유해업소 정리가 절실한 광진구


광진구는 지난해부터 유해업소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단속과 함께 업소 주변에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가로등 조도를 높이는 등의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또한,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성한 ‘유해업소 근절 동 추진협의체’ 발대식을 개최하고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유해업소의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강력한 지도·단속을 벌이겠다”며 “청소년들의 건전한 교육 환경과 구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주민들께서도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민·관·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광진구에 3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문민경 씨는 “자식에게 일찍부터 유해환경을 노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지나갈 때마다 방석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뒤이어 “방석집을 제외하고는 교통, 교육 측면에서는 훌륭한 지역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광진구 주민 황현성 씨는 “방석집 일대를 지나칠 때마다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기웃거리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인다”며 “폐업과 같은 강압적인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유해업소가 들어서는 악순환을 끊은 성북구, 도봉구



과거 성북구 길음동 삼양로는 일명 ‘맥양집’으로 불리는 불법 유해업소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성북구는 2018년부터 집중 단속을 실시해 불법 유해업소 37개소 중 20개소를 폐업시키고 ‘청년창업 거리’로 변모시켰다. 성북구는 불법 유해업소가 폐업한 자리에 또다시 불법 유해업소가 들어서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성북구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길음역에서 미아 초등학교까지 800m 정도 되는 거리의 낡은 보도블록 교체, 새로운 안전 펜스 설치, 가로수 심기 등 삼양로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거리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세화 영어 책방’의 운영자 박세화 씨는 “성북구 청년창업 거리 조성을 위해 개최된 청년 창업 프로그램에서 1등으로 선발돼 1,500만 원을 지원받아 창업을 시작했다”며 “술집으로 가장한 성매매 업소가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청년창업 가게가 들어서면서 거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도봉구는 도봉로 143길 18 일대에 밀집된 31곳의 방석방을 모두 근절해 유해환경을 개선했다. 유흥업소를 단속하고 거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도봉구는 4억 1천8백만 원을 확보해 한글 문화거리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도봉구는 ‘서울시 도봉구 방학천 문화예술 거리사업’을 통해 유흥업소가 폐업한 15곳을 직접 임대해 유흥 업소 밀집 지역이었던 방학천 일대를 지역주민들과 청년 작가들을 위한 문화거리로 만들었다.

2개 구가 성공적으로 퇴폐업소를 철폐하고 청년창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활력있는 거리로 만들 수 있었던 원인은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닌 주민과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설득과 계도다. 도봉구의 경우, 1년 9개월 동안 건물주와 업소에 지역의 상생을 위해 함께해 줄 것을 꾸준히 설득하고 종사자들에게 구직 및 업종 변경 등 행정적인 지원을 병행했다.

한편 광진구청 관계자는 “광진구청 또한 민원을 적극 반영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업주와 건물주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보니 쉽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진호 기자/황지윤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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