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재편 나선 SK, 정부·산은도 전폭 지원을

입력 2024-06-21 18:00   수정 2024-06-22 00:21

SK그룹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정리, 비주력 사업 매각 등 군살 빼기에 나섰으며 이를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도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배터리 등은 천문학적 자금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반도체만 해도 SK하이닉스는 13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납품하며 이익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번 돈의 대부분을 재투자해야 하는 현실이다. 배터리 사업은 더 절박하다. SK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2026년까지 약 38조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했는데 이 중 23조원은 투자를 완료했다. 여전히 15조원을 더 쏟아부어야 하는데 SK온은 10개 분기 연속 적자로 투자 여력이 별로 없다. 그동안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지원 덕에 근근이 버텼지만 SK이노베이션마저 신용등급이 떨어지며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투자는 타이밍과 속도가 생명이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투자는 더 그렇다. 삐끗하면 시장 주도력을 잃고 이는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이제 첨단기술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와도 직결되는 시대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유럽까지 막대한 국가적 지원을 내걸고 자국에 안정적인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을 갖추려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직접 보조금은 없고 투자세액공제도 경쟁국 대비 초라한 수준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달 발표된 17조원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한 자금은 산업은행의 동일인 여신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삼성, SK 등의 반도체 투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정치권도 철 지난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이미 국가 대항전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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