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5% 떨어질 때 50% 올랐다…나홀로 강한 中 전기차 종목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입력 2024-06-22 07:00   수정 2024-07-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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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이라는 말은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 전망을 얘기할 때 꼬리말처럼 따라다닙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어 테슬라 주가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는 전기차 종목이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 비야디(BYD)입니다.

BYD 주가는 지난 2월 2일 연저점을 찍고 이달 21일까지 50.10% 올랐습니다. 상승률이 같은 기간 중국 선전종합지수(+10.90%)의 다섯 배였고,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2.61%)에 비해서도 크게 앞섰습니다. BYD는 지난해 7월 초부터 올해 연저점까지 35.06% 주저앉았는데, 이후 상승으로 당시의 하락분을 거의 만회했습니다.

어떤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으레 "이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BYD는 일단 겉보기에 그렇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BYD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부터 최근까지 12.9% 낮아졌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같은 기간 17.1% 주저앉아 상황이 더 나쁘기는 하지만, 주가의 방향을 반대로 가를 정도로 차이 나지는 않습니다.


증권가 전문가들에게 BYD 주가가 오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들의 답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원가 경쟁력과 관련해 BYD에 우수한 역량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테슬라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직접 생산을 줄곧 추진하고 있는데 BYD는 오래 전부터 직접 생산하고 있었다는 게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BYD가 이런 생산 비용 저감을 바탕으로 최근까지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신모델을 계속 내고 있다는 겁니다.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는 매출총이익률입니다. 이는 매출에서 매출원가(원재료비, 생산공장 인건비 등)를 뺀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합니다. 매출총이익률이 높으면 해당 기업이 저렴한 원가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가 압박이 없을 테니 그만큼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커집니다.

BYD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18.9%에서 올 1분기 20.2%로 높아졌습니다.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률이 같은 기간 18.2%에서 17.4%로 떨어진 것과 상반됩니다. 이 시기 테슬라의 매출액영업이익률(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를 기록, 비야디(3.8%)보다 높았는데 매출총이익률은 왜 낮을까요? 매출총이익률과 매출액영업이익률의 차이를 알면 쉽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만 뺀 뒤 산출한 수치입니다. 여기서 판매비 및 관리비(연구개발비, 감가상각비 등)를 추가로 빼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됩니다. 한 기업의 매출총이익률이 높은데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다면, 이 기업은 제품 생산의 효율성이 높고 다만 여기서 판관비를 많이 지출한다는 뜻입니다. 요컨대 BYD는 판관비 지출이 많아서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을 뿐, 제품 생산의 원가 구조 자체는 테슬라보다 뛰어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 재무 전문가는 "매출총이익률을 높이는 건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BYD가 이 수치를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건 뛰어난 기술력 덕분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판관비를 많이 지출하는 건 그만큼 영업, 연구개발 등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성장기에 있는 기업으로서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초화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도 BYD의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 게 이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잘 보여준다"며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저가 모델 출시 경쟁이 불붙었는데 이런 상황은 BYD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장 환경도 BYD에 우호적입니다. 중국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가장 빠르게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 기업인 BYD에게 유리한 건 당연합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BYD가 300만대, 테슬라가 180만대이고 다른 회사들은 100만대 이하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며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최근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늘면서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도 BYD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구환신 정책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고가의 소비재를 새것으로 바꿀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자동차 이구환신의 기준은 '2018년 4월 이전에 등록된 차'입니다.

BYD는 최근 보급형 신모델을 테슬라보다 더 많이 냈기 때문에 이구환신의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BYD의 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안 그래도 중국에서는 BYD의 인지도가 더 높은데, 모델 출시 상황도 BYD에 금상첨화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연합이 BYD의 전기차에 17.4%의 상계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시장 예상(20~25%) 대비 낮아 아 종목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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