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열리는 대회장 인근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가득 걸리곤 한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4억원)이 열리고 있는 경기 포천시 군내면 역시 응원 현수막의 물결로 축제 분위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 "포천의 자랑 서연정", "큐티풀 박현경 화이팅", "방신실 프로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 대부분의 현수막은 선수들의 팬들이 내걸었다.
그런데 독특한 현수막이 갤러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보골프단 최예림.고은혜 선수의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례적으로 소속 구단인 대보골프단 이름으로 걸린 응원현수막이다. 현수막 하단에는 '대보건설 군내내촌 현장 직원 일동'이라고 적혀있다. 현장에서 가까운 대회장에 출전하는 그룹 소속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이 현수막은 큰 힘을 발휘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한 루키 고은혜(19)는 21일 대회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4언더파 140타 공동 5위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고은혜는 "오늘 아침 대회장에 오는 길에 현수막을 발견했는데 깜짝 놀랐다"며 "힘이 불끈 났고, 응원 덕분인지 경기가 잘 풀렸다"고 방긋 웃었다.
2022년 프로로 전향한 고은혜는 지난해 시드전에서 23위를 거두며 올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따냈다. 꿈에 그리던 무대, 하지만 아직은 혹독한 성장통을 치르고 있다. 앞서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단 3개 대회에서만 본선에 진출했다. 최고 성적은 이달 초 Sh수협은행MBN여자오픈에서 거둔 공동 11위다. 그는 "굉장히 다사다난한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까지 치른 시즌에 대해 5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복이 크고 꾸준하지 못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언니들하고 경기를 하는 경험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 2라운드 모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치렀다. 고은혜는 "여기는 공략을 잘해야하는 코스인데 생각한대로 경기가 풀렸다"며 "다만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퍼팅이 안떨어진 곳이 몇군데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샷감이 괜찮아서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회장에 들어오면서 발견한 현수막처럼, 대보골프단은 그에게 든든한 우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고은혜는 "대회 현장에서 이렇게 예상치 않은 응원으로 힘을 주시기도 하고, 평소에도 서원밸리 등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신다"며 "소속감과 자부심을 주시는 후원사"라고 말했다.
고은혜의 꿈은 "포기하지 않는 골퍼"다. 그는 "고은혜라는 이름을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도록, 항상 포기하지 않는 골퍼가 되고싶다"고 밝혔다. 남은 3, 4라운드 전략에 대해서는 "이제 코스에도 적응했으니 루키다운 패기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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