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에게 집주소를 속였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결혼을 전제로 2년째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고 우리 모두 중산층 가정"이라며 "자세히 적긴 어렵지만, 남자친구로선 제 부모의 직업이나 저의 행색 등을 따지면 자신보다 제 집이 훨씬 부유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저 또한 실제로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어렸을때부터 조기유학(연 6000만원 보딩스쿨)을 한 뒤 대학을 한국으로 오면서 오랜 유학생활을 접었기 때문에 주변에 부유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절 아는 주변 사람들도 제 오랜 유학을 뒷받침해 줄 형편이면 부모님 능력이 출중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실제 가정 상황이 다를 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모자람 없이 컸고 부모님으로부터 종종 명품 선물도 받았다"며 "성인이 된 뒤엔 차도 선물로 받아, 부유하진 않더라도 중산층 정도는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은 본가의 자리와 모습이었다. 그는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경우여서 집이나 부동산 재테크 등에 욕심이 전혀 없다"며 "보유한 재산 대비 집은 30년 전 돈 한푼 없이 이사 왔던,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 아직도 살고 계신다"고 밝혔다. 덧붙여 "불편함이 없으시다며 이사 갈 생각은 없어 보이신다"며 "이 문제로 부모님 두 분이 많이 다투셨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학시절부터 자취 중인데 오히려 제 자취방이 본가보다 좋다"며 "월세만 150만원이 넘어가고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부모님이 용돈 겸 내주고 계신다"고 했다.
작성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방학 때마다 종종 한국에 들어오면 부유층 친구들 사이에서 집을 숨겼다. 그 친구들의 집에 방문해 같이 놀 때마다 우리 집에 대한 부끄러움이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졸업 이후에도 만났던 남자친구가 제가 본가에 가는 날 데려다 준다고 할 때마다 옆 아파트에서 내려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약속한 만큼, 연애 초 집 주소를 거짓말했던 게 마음에 걸려 너무 괴롭다"며 "좋은 집들이 즐비했던 옆 동네에 저를 데려다 줬고, 집이 정확히 어디냐 묻는 질문에 되레 화를 내며 끝까지 숨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숨기고 결혼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말은 해야 되겠고, 아버지한테는 딸 혼삿길 막고 싶냐며 으름장을 놓아 내년에 이사를 가기로 한 상황"이라며 "2년 동안 집을 숨기면서 했던 거짓말들과 행동들에 정이 떨어질 게 분명하고 이별을 감수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이 거짓말을 어느 타이밍에 말하는 게 좋을지, 또 어떤 식으로 말문을 터야할지 너무 고민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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