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향토기업인 일신프라스틱의 성장은 이 지역 산업 사이클과 궤를 함께했다. 섬유가 주력 산업일 때는 보빈(실을 감는 패)을 생산했다. 현재 주력 생산품인 자동차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전 회장은 ‘플라스틱 1세대 사업가’인 만큼 자신에게 운도 뒤따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1987년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 계약을 맺은 때를 떠올리며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성실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당시 대우 로열 살롱을 타던 그는 현대차와 계약하기 위해 차를 현대 스텔라로 바꿨다. 전 회장은 “사업에 대한 내 열정과 준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해마다 성장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생산 품목과 물량을 일일이 수기로 관리한 탓에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 문제를 풀어낸 이가 2세 경영인 전병규 사장(54·오른쪽)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회사 생산라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찌감치 내부 시스템의 개선 방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전 사장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2016년 주문·생산량, 원가, 작업 상황 등을 시스템화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도입했다.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출 관련 실적이나 실무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품목을 어느 국가에 수출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 사장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수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회사는 대구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2018년 자동차 기술 전문 전시회인 ‘오토모티브 월드’에 참가해 일본 바이어와 인연을 맺었다.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차량공조기(HVAC) 부품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상품 영업에 적극 나섰다. 첫해 3억원이던 수출 실적은 지난해 말 24억원으로 늘었다.
전 사장의 최근 고민은 인력 확보다. 숙련도가 높아진 직원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잦아서다. 전 사장은 “본사를 옮기면서 휴게공간, 헬스장, 탁구장, 기숙사 등을 확충했다”며 “직원과 함께 성장해 100년 장수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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