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끊긴 컨테이너선 일감이 돌아오고 있다. ‘홍해 사태’ 장기화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1주 연속 상승하는 등 주머니가 두둑해진 해운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고 있어서다.
CMA-CGM이 주문한 선박은 내연기관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두 가지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6척과 12척을 순차적으로 건조해 2027~2028년 인도할 계획이다. 이로써 HD한국조선해양은 일찌감치 올해 목표치(135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총 155억달러어치를 수주한다.
덴마크 머스크, 독일 하파그로이드, 중국 코스코 등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도 컨테이너선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 시황 상승세가 장기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는 전망에서다.
SCFI는 지난주 3476.60으로 11주 연속 뛰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도 오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 이중연료로 추진하는 컨테이너선 신조선가(1만5000TEU 기준)는 척당 2억달러 수준으로 작년 6월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가 움직임을 봐도 LNG 운반선과 대형 유조선 가격 상승세는 주춤한데 컨테이너선은 계속 오름세”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올해 상반기까지 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가스운반선 수주에 주력했다. 컨테이너선은 2021~2022년 집중적으로 발주된 터라 올해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새로 계약하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계열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의 독이 3년 치 이상 차 있어 덩치가 큰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여력이 부족했다. 크기가 작은 VLAC에 집중한 이유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해상 물류 시장으로 번지면서 국내 조선사에 또 다른 호재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조선사에 주문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해상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CSIS 등 미국의 안보 분야 싱크탱크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의 96%, 항만용 크레인의 80%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컨테이너선 건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5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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