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채의 워싱턴 브리핑]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미국의 팁 문화

입력 2024-06-23 17:34   수정 2024-06-24 00:09

미국 커피 체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종업원이 결제 단말기를 내민다. 결제창에 팁을 얼마 내겠냐는 옵션 창이 뜬다. 우리나라는 어느 식당에서든 메뉴판에 있는 금액만 내면 된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음식 가격, 세금, 팁 3가지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 팁 문화가 우리에게 익숙지 않다 보니 얼마를 줘야 할지 항상 고민이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가끔 백악관 근처 햄버거 체인점에 갈 때 모바일 앱 할인 쿠폰을 통해 비용을 아끼려고 한다. 그러나 주문을 마치면 15%, 20% 또는 25%의 팁 선택 버튼이 어김없이 제시된다. 물론 ‘팁 없음’ 버튼이 있지만, 이 버튼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소비자 스스로 계산하는 키오스크에까지 팁 옵션을 추가한 식당이 늘었다. 팁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주는 돈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영 다른 현실이다. 팁 문화가 키오스크에까지 퍼진 것이다. 비대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집으로 주문하거나, 우버 택시를 이용한 후에도 어김없이 팁을 낼 것인지를 묻는다.

이러한 팁 문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팁플레이션은 팁(ti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팬데믹 이후 팁의 급격한 상승을 일컫는다. 팬데믹 이전에는 10~15%의 팁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최소 18~25%, 어떤 곳은 30% 이상으로 급격히 뛰었다. 어떤 경우에는 계산서 자체에 팁이 포함되기도 하고, 4~6인 이상인 경우엔 ‘Large Party(Group) Gratuity’라는 명목의 팁이 추가된다.

이 체계를 모르면 자칫하다 팁을 두 번 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식당에서 자체 운영비(operation fee) 형식으로 5~7% 정도 별도 요금을 부과하기까지 한다.

미국 물가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초인 2021년부터 급격히 뛰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022년에는 한때 전년 같은 달 대비 9%를 웃돌았다. 최근에는 3%대로 하락하기는 했으나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문제, 특히 인플레이션 대처에 있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 부문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낫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정부의 증세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과도한 정부지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에너지 정책 실패로 식료품, 주유비, 주거비 등이 급등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 재선한다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중단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정부 시절에 팬데믹 대응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으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체감물가다. 고용,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경제지표가 좋아도 식료품, 주유비, 주거비 등 체감물가가 높으면 문제다. 여기에 팁플레이션까지 가세하면서 실질 물가 수준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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