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있다면 영일만 가스전 올인"…투자대회 고수의 조언

입력 2024-06-23 17:52   수정 2024-06-24 06:44


“최근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수가 눈에 띄게 늘었어요. 전고점을 돌파한다면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종목도 확 뜰 것 같아요.”

“순환 경기 구조에서 이전 사이클을 뚫지 못한 전례가 없으니 코스피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겠네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동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사무실에 모인 대학생 여섯 명의 대화는 현역 펀드매니저들의 운용 회의를 방불케 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명가’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모의주식투자대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에서 운용능력 평가 A+ 등급을 받은 이들이다.

이 대회는 소속 대학, 학회, 학점 등 스펙(조건)을 모두 가린 채로 대학생들이 투자 실력만으로 진검승부를 벌인다. 타임폴리오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기회를 받을 수 있는 A+ 등급은 단순히 수익률만으론 얻을 수 없다. 참신한 시각을 담은 포트폴리오로 투자의 질 또한 증명해야 한다. 급등 테마주 몇 개에 ‘몰빵’해 운 좋게 높은 수익을 낸 이들은 제외되는 식이다. 대회 우수 참가자들을 만나 각자의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스펙 대신 ‘실전형 투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는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주식 동아리 출신이 주류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 모인 대학생 중 이른바 ‘SKY’ 출신은 여섯 명 중 두 명뿐이었다.

다들 교과서가 아니라 실전에서 잔뼈가 굵었다. 투자 전략도 제각각이다. 정연빈 씨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2020년 3월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실수는 전부 다 해본 것 같아요. 이미 오른 종목을 뇌동매매했다가 돈을 잃어보고, 기껏 발굴한 종목은 자신 있게 때를 기다리지 못해서 성과를 못 내고….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면서 투자에 재미를 붙이게 됐습니다.”

정씨는 “과거 경험 때문인지 하방 위험성이 낮은 투자를 선호한다”며 “주도주보다는 과매도된 주식 중 반등할 종목을 찾아 베팅하는 식”이라고 했다. 재무제표와 상대강도지수(RSI) 등을 주로 참고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그간 대회에서 손실을 본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작년 열린 첫 대회에서 수익률 67.3%로 1위를 차지한 박동재 씨는 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가 돈을 크게 잃고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이후 절치부심해 투자 실력을 쌓았다. 요즘엔 차트를 활용한 추세매매가 특기다. 그는 “차트는 시장 내 이해관계자들의 심리가 집결된 최종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눈여겨본다”며 “손절 제어만 잘하면 추세매매만큼 강력한 투자방식이 없다”고 했다.
수급·주도성·테마주…가지각색 전략
올해 국내 증시 투자 포인트도 가지각색이었다. 김윤영 씨는 주도주가 상승할 때 낙수효과를 보고 덩달아 주가가 오를 종목을 미리 추려 담아둔다는 전략이다. 수급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는 “돈이 몰리는 곳에 들어가야 내 투자금을 키울 수 있다”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발굴한 유니드와 카페24 등 종목의 진입 시점을 따져 보고 있다.

김준영 씨는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유망 섹터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전반적인 폭락만 없다면 자금이 돌면서 순환매 장세가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화장품주 중 분기 실적이 나아지는 기업이 많다”며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실적 추세가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화장품주를 살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성민혁 씨는 최근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를 ‘1픽’으로 꼽았다. 성씨는 “최근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난 엔비디아도 아직 진입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독점 구조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오르는 섹터가 계속 오르는 구조”라며 ”AI 관련주 중 전선, 냉각 관련 주식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테마주 투자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하승범 씨는 “지금 1억원이 있다면 전부 영일만 가스전 테마주를 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테마주는 재료의 파급력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영일만 가스전은 기존엔 생각하지 못했던 일에 가능성이 생겼다는 게 포인트”라는 시각을 내놨다.
“대회선 투자 제한 규칙 활용하라”
이날 자리에 모인 이들은 “투자는 노력에 대해 ‘곱하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력에 따라 근로소득에만 의존하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갖가지 산업과 사안을 아울러 고민하며 폭넓은 시야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주식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제1회 한경-타임폴리오 KIW 주식투자대회’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존 대회와 달리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로 열린다. 1등 상금도 이전 대회의 2배다. 대회를 앞두고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꿀팁’도 나왔다. 대회는 개별 종목 비중 한도를 15% 이내로 제한한다. 투자 경보가 발령된 종목은 추가로 매수할 수 없다. 하씨는 “주가가 올라 비중이 커진 경우엔 한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있다면 수익이 난 종목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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