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구하기'…포드·현대차가 시동 걸어줄까

입력 2024-06-23 18:11   수정 2024-06-24 01:49

SK그룹 사업 리밸런싱의 핵심 중 하나는 ‘SK온 구하기’다. 배터리 셀 제조사인 SK온이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가 그룹 구조조정 속도와 폭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SK온은 최근 출시된 포드의 전기 미니밴 E-트랜싯 커스텀의 흥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온 배터리가 장착되는 이 신차는 유럽 1위 미니밴인 트랜싯의 전기차 모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달 유럽에서 중형 미니밴인 E-트랜싯 커스텀을 출시했다. 판매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연기관차인 트랜싯이 유럽 미니밴 시장 점유율 1위인 만큼 고정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트랜싯과 E-트랜싯 커넥트의 중간 크기 모델이다. 최근 유럽에서 DHL 등 물류기업이 전기상용차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전기 미니밴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트랜싯 커스텀의 내연기관 모델은 지난해 유럽에서 7만7000여 대 판매됐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 비중 20%를 감안한 예상 판매량은 연간 1만5400여 대다. 64㎾h 배터리가 장착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기차에만 연간 1GW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셈이다. 흥행 여부에 따라 SK온 유럽 공장의 가동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온이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야심작인 아이오닉 5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10월께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올해 7조5000억원 규모 시설 투자를 한다. 올해 투자금까지는 마련 방안을 세웠지만 내년부터 들어갈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그룹 ‘캐시카우’인 SK E&S를 합병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신차 판매량이 늘어나면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뿐 아니라 SK그룹 관계자들이 매달 포드,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을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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