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통제사회에 지쳤다"…매년 30만명 중국 탈출

입력 2024-06-23 18:10   수정 2024-07-01 16:39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외국 기업은 중국 내에서 공장 등을 철수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는 현지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인들은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미국 등으로의 불법 월경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과의 대결 격화와 사회 통제 강화로 중국에서 기업, 자본, 인력이 탈출 행렬을 이루는 모습이다.
중남미 대장정 나선 중국인들
23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불법 이민으로 체포된 중국인은 3만7439명으로 집계됐다. 3813명인 2022년 대비 10배가량 많고 2021년(689명)의 53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에콰도르를 통해 콜롬비아·파나마·멕시코를 거치는 ‘중남미 대장정’으로 미국에 들어가려는 것은 일자리 때문이다.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국경에 도달한 중국인 우모씨는 CNN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중고 BMW를 팔고 지인들에게서 1만위안(약 1450달러)을 빌렸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도 중국 탈출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는 금융 자산이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인 중국인 자산가 1만5200명이 올해 중국을 떠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손꼽히는 중국 부호들도 미국과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사례가 많다. 중국 최대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레스토랑 체인 하이디라오의 창립자인 장용 회장과 그의 아내는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겼다. 중국 3위 부동산 개발사 수낙차이나의 창업주 쑨홍빈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태양에너지 부문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선테크파워의 전임 회장 쓰정룽은 호주 국민이 됐다.
투자자도 ‘팔자’ 행렬
외국 기업들도 탈출 행렬을 이루고 있다. 스위스 명품 그룹 리치몬트는 명품 온라인 거래 플랫폼 육스네타포르테(YNAP)를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스웨덴 볼보도 전기차 EX30, EX90 생산기지를 벨기에로 옮기기로 했다. 중국 기업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전기차 업체인 지커는 중국 증시 대신 지난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인 모멘타는 비밀리에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고, ‘중국판 유니클로’인 쉬인도 미국 내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홍콩의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미국으로 몰리자 미국 나스닥거래소는 중국 회사의 IPO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차이나 엑소더스의 가속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장기 집권의 부작용이 가시화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 집권 3기에 접어들며 중국 내 통제가 지나치게 강화되자 국내외 기업과 국민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팬데믹 당시 중국의 전면적인 봉쇄 조치는 경기 침체와 민심 이반을 동시에 불러왔다. 중국 경제는 무역 갈등,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와 소매 판매 부진이 심해지면서 올해 중국 주요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MSCI 중국지수 기업들의 올해 첫 3개월 수익률은 예상치를 약 3.5% 밑돌았다. 올 1분기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5000여 개 상장사의 1분기 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잇따라 증시 부양책을 내놓자 회복세를 기대하던 중국 증시에서도 투자자들은 ‘팔자’로 돌아섰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추세가 거세다. 외국인들은 지난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중국 주식을 매도하며 5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회수했다.

베이징=이지훈/워싱턴=정인설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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