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장중 160엔 선까지 육박하자 일본 정부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2개월 만에 다시 최저치 수준을 기록하면서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4일 오전 재무성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이 있으면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24시간 언제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간다 재무관의 발언 이후에도 엔·달러 환율은 159엔 후반대를 유지했다. 2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59엔 후반대에서 출발했던 엔·달러 환율은 오전 9시 경 159.94엔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9일 160.245엔 이후 최저치다. 오후 2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59.7엔대로 내렸다.
마사토 재무관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일 일본을 통화 감시 목록에 추가하기로 한 결정이 일본의 통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들(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 당국이 통화 정책을 비롯한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매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장관도 당국의 개입 의지를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그가 외환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통화 움직임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엔화 매수에 약 9조8000억엔(약 85조18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당국이 개입하려면 주변 국가와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 기자회견에서 "외환 시장에서 정부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며 일본 당국의 개입 정책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분석가는 "일본이 다시 통화 시장에 개입하려면 미국을 포함한 G7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엔화 매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엔화 약세는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무역수지 적자 등이 계속해서 엔화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당국의 발언으로 엔화 가치 절하는 억제했지만, 정부 개입 가능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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